[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어나자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파견 인력의 입국이 제한되면 원활한 공사 진행이 어렵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 시 공사 중단 및 공기 지연도 우려된다. 이에 국토교통부에서는 외교부에 건설인들이 해당 국가에서 입국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건의키로 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주요 건설사들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국가에 국내 건설 관계자가 들어갈 때 입국을 허용하거나 절차를 간소화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해외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스핌 DB] |
국토부 해외건설지원과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사태 장기화 시 부자재 및 인력 수급 등 문제로 해외 공사현장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입국 금지한 국가에 건설 관계자가 들어갈 때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외교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고민이 커진 것은 최근 한국을 대상으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대폭 증가하면서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6시 기준 한국인을 입국 금지한 국가는 17개,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한 국가는 14개다.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한 국가는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이스라엘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모리셔스 등이다. 이라크는 한국에서 출발한 외국인의 직·간접적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홍콩은 한국에서 출발하거나 최근 14일 이내 한국을 방문한 사실이 있는 한국인과 외국인은 입국을 제한했다. 일본은 최근 14일 이내 대구·청도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 베트남은 대구·경북 거주 한국인과 최근 14일 이내 이 지역을 경유한 사람은 입국을 막고 있다.
입국 제한 조치에 나선 국가는 ▲영국 ▲카자흐스탄 ▲태국 ▲콜롬비아 ▲오만 ▲카타르 ▲우간다 ▲모잠비크 등이다. 카타르는 한국을 방문한 입국자는 일괄 시설격리를 조치했다. 이밖에 조치 현황 공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 내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다롄, 무단장, 선양, 웨이하이, 옌지, 칭다오 등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격리를 조치하고 있다.
공사 중단 및 공기 지연은 건설사로서 큰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천재지변이나 전염병 확산 등에 따른 공기 지연은 공사별 계약조건에 따라 시공비 상승 및 보상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건설공사는 물론 앞으로 수주할 사업들까지 불투명해진다는 점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리 수급해둔 부자재가 있기 때문에 당장 공사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한 달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 확산이 빠른 시일 내 진정되지 않으면 공사 중단과 공기 지연이 불가피해 피해가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이번 조치로 앞으로 공사 진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이제는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섰기 때문에 건설사에서 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해외건설협회도 유례없는 사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아직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현장들에 특별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다양한 방안 마련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현장 중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일부 공사가 중단된 곳이 속출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분당 더샵 파크리버' 공사현장을 폐쇄했다. 이곳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하는 직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서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방역을 했고 보건당국의 조치가 있을 때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않고 폐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