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2020년부터 적용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양국 간 협상 지연으로 인해 협정 공백 상태다. 이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급휴직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 정부는 "방위비에서 인건비 문제라도 먼저 타결하자"며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은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인건비를 지급할 수 없다"며 맞서면서 이날 한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무급휴직 30일 전 사전통보'를 실시했다.
28일 주한미군사령부는 "오늘자로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4월 1일부터 시행될 행정적 무급휴직에 대한 30일 전 사전 통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평택=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6월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서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을 개관하고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
한‧미 양국은 지난해부터 제11차 SM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14~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회의를 포함, 현재까지 6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오히려 매달 한 차례씩 열었던 회의를 2월에는 한 번도 열지 못했다.
이에 주한미군은 지난 1월 29일 한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4월 1일부터 무급휴직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은 SMA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급되는데, 협상이 지연돼 협정 공백 상태이므로 이들의 임금을 지급할 재정이 곧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주한미군 측 주장이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한국에 조속한 방위비 협상 타결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조치와 함께 지난해 적용됐던 제10차 SMA 인상률(8.2%)보다 더 높은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은 기존 SMA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에 "일단 방위비에서 한국인 근로자 임금 문제를 우선 타결하거나 아니면 주한미군 자체 운영유지예산(O&M)에서 전용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 미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평택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 등 주한미군 기지 내 군무원 5800여명(65%)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할 방침을 정하고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근로자 중 생명과 건강, 안전 분야 등 필수 인력 3200여명(35%)은 무급휴직 대상에서 제외돼 한시적으로 업무를 유지하게 됐다. 즉, 3월 내로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65%는 꼼짝없이 무급휴직 조치될 위기다.
주한미군은 "누가 무급휴직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미 국방부의 결정을 계속 분석하면서 미국 법에 따라 9000명의 한국인 근로자에게 무급휴직 관련한 한 달 전 사전 통보를 하고 있다"며 "오늘까지 모두 통지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우리는 한국인 직원들과 그들의 한·미동맹에 대한 공헌을 높이 평가하며, 그들은 우리의 직원이자 동료 및 팀원이며 우리 임무 수행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들"이라며 "방위금 분담금 협정의 부재로 인한 잠정적 무급휴직을 지연시키기 위해 나의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선택사항을 모색 중이다. 무급휴직이 시작 되기 전은 물론 무급휴직 기간 동안에도 대안을 계속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부재는 준비태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불행히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잠정적 무급휴직에 계속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