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밀폐된 공간에 다수의 사람이 밀집하는 행사를 자제하라고 권고했음에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은 여전히 삼성생명 본사 2층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보암모가 삼성생명의 코로나 검역 통제 밖에 있다는 것. 자칫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삼성생명 본사인 서초사옥 폐쇄까지 예상되며, 이 경우 보험금 지급 등 중대한 업무의 차질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삼성생명안에는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집도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암모는 지난 1월14일 이후 현재까지 삼성생명 2층 고객센터를 점거해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들 보암모 회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 보암모는 삼성생명의 통제권 밖에 있다. 이에 만약의 경우 보암모 회원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서초사옥 폐쇄 등의 우려가 있다.
특히 서초사옥은 삼성생명은 물론 삼성화재와 삼성전자, 삼성물산 본사가 밀집해있다. 확진자가 다수의 사옥을 돌아다닐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특히 삼성생명·화재의 경우 보험금 지급 등에도 차질이 발생하는 등 업무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 발생 건물은 폐쇄를 권고했다.
◆보험금 달라, 보험원리 법리적/계리적 판단 차이
보암모의 농성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2016다230164)이 한 보험사로부터 요양병원 입원에 따른 보험금 및 지연이자를 모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요양병원에 입원, 입원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금을 받지 못했던 암환자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
대법원이 요양병원 입원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하라 판단한 것은 '요양병원에서도 암의 직접치료' 중인 동시에 '상급종합병원에서 병행 치료'를 받았다는 점이다. 즉 요양병원 입원 목적이 암세포를 사멸하거나 증식 억제를 위한 '직접치료'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판결은 서울중앙지방법원(2014), 서울고등법원(2015)을 걸쳐 대법원으로 항소됐다.
그러나 보암모는 대법원 판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암으로 인한 후유증이나 합병증 치료를 위한 요양병원 입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보암모의 주장은 보험원리상 맞지 않다. 보험원리는 크게 법리적 관점과 계리적 관점으로 판단할 수 있다.
법리적인 관점으로 보험약관을 살펴보면, '입원'은 의사가 치표가 필요하다고 판단, 의료법 제3조2항에서 정한 병원·의원에 해당해야 한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이 정한 병원에 해당한다. 다만 법리적 관점에서 '직접치료'에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일부 문제가 될 수 있다.
계리적 관점에서 보면 명확해진다. 요양병원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부터다. 그 이전의 입원은 직접치료만 진행하는 병원에서만 가능했다. 이에 입원비담보에 따른 보험료를 책정할 때 요양병원 입원은 고려하지 않았다. 만약 이들에게 입원보험금을 지급한다면 전체 보험료 인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 즉 선량한 가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금융감독원도 명확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암 직접치료 목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했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라 권고를 할 뿐이다. 즉 약관과 보험원리에 따라 사실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을 금감원도 알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이 지난 2019년7월16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0.02.28 0I087094891@newspim.com [사진=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
◆ 보아모 농성 언제까지
보암모의 명분 없는 농성은 이제 끝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현재는 1급 법정감염병인 코로나19로 불안감이 높아지는 시기다. 삼성생명의 통제권 밖에 있는 보암모로 인해 삼성생명 본사가 폐쇄될 경우, 보험금 지급 등 중대한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명분 없는 주장을 지속했던 보암모에 대한 시선은 동정이 약화될 수도 있다.
삼성생명은 본사 2층 고객센터를 보암모가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안정화 될 때까지만이라도 보암모는 정부의 권유에 따라 밀폐된 공간에서 밀집한 농성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암모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면 금감원이 해당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 명령권을 발동하는 동시에 제재를 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잦아들 때까지 만이라도 농성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 보암모를 위해서도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정 및 반론보도] "코로나 방역 거부한 '보암모' 시위대...삼성금융타운 폐쇄, 어린이 감염 우려" 관련
본 통신사는 지난 2월28일자 위 제목의 (현 '삼성금융타운 점유한 '보암모' 시위대...코로나 방역망 우려' 수정) 기사에서 삼성생명 본사 2층을 점거해 농성 중인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들이 코로나19 방역을 거부해, 이들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건물이 폐쇄되거나, 건물 내 어린이집 어린이가 감염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농성자들은 코로나19 방역을 거부한 사실이 없기에 바로잡습니다. 또한 이들은 "삼성생명 측의 관리 때문에 가족조차 접촉할 수 없는 상황으로, 농성자들을 통한 감염 우려가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