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대구 '신천지'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지 불과 2주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5000명을 육박하고 있습니다. 무서운 속도의 확산이고 통제 불가능이 우려될 정도입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의 코로나19테스크포스팀(TF)은 중간점검 성격으로 무너진 국민의 일상과 정부 대응의 한계와 문제점을 짚어보았습니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대구·경북지역 확산을 타개하기 위한 정세균 국무총리의 '대구 사령부'가 세워진 지 1주일이 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코로나 방역 전체를 진두지휘해야 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총리가 대구·경북에 매몰돼 '나무만 보고 숲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정부부처간, 지방자치단체간 조율과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
더욱이 정 총리가 매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음에도 대구시의 '중증환자 타지역 이송'과 같은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총리가 대구에서 하는 역할이 '방역 지휘'가 아니라 '민심 위무'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3일 정치권과 의료계에서는 정 국무총리의 대구 상주가 길어지고 있는데 따라 "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해야 할 컨트롤타워 수장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지역의 급속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른 '패닉'현상을 막기 위해 정 총리가 상주를 결정한 것은 좋은 의도지만 전국적, 범정부적인 코로나 방역을 책임져야할 정 총리가 너무 오래 한 사안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지역 의료자문단과 간담회를 열고 의료진의 애로와 건의사항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총리실] 이동훈 기자 = 2020.03.02 donglee@newspim.com |
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 중앙재난안정대책본부장인 국무총리가 해야할 일은 정부부처간 협업 촉진과 지자체간 조율 업무"라며 "전투에서도 중요 전장은 유능한 지휘관을 보내되 총사령관은 중앙에서 작전지휘를 하는 것처럼 대구 방역은 복지부 장관이나 행안부 장관 또는 질병관리본부장 같은 현장책임자가 맡으면 될 것이고 정 총리는 중앙에서 지휘를 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 총리의 대구 체류는 법령이나 국가 매뉴얼에 위배되지 않는다. 아예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국무총리가 직접 지역에 상주하는 일은 사례가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급성 감염병 사태를 겪었지만 이번 코로나19처럼 특정 지역에만 확진자가 급증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아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재난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이 특정 현장에 체류하는 건 법령 위반과는 상관이 없다"며 "오히려 대규모 감염병에 이반된 민심을 다독이는데 보다 적절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 총리가 사태 초기에 지역민심을 어루만질 겸 대구로 내려간 것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다. 하지만 정 총리의 체류가 길어지자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 논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사태 이후 강화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과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르면 재난 발생시 최상위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은 원칙적으로 행정안전부장관이 맡는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국무총리가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부처 및 지자체간 협업이 필요한 범 정부적 대응이 필요한 때다. 지금 코로나19 확산사태가 바로 그런 때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세균 총리가 영상회의로만 재난 관련 부처 장관들의 보고를 듣고 논의를 하는 상황이라면 컨트롤타워로서의 제대로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더욱이 대구시 측이 요구한 추가 병상확보나 중증환자 타지역 이송과 같은 국무총리 만이 풀 수 있는 문제가 결국 하나도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달 25일 정 총리가 대구시청에 '베이스 캠프'를 차린 직후 권영진 대구시장은 중증환자를 돌볼 음압병실이 대구에 부족한 점을 이유로 서울, 경기 등으로 이송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는 현재까지 조율되지 않고 있다. 또 500명에 이르는 확진자가 자택 등에서 자가격리된 상태라며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상을 확보해달라는 대구 시장의 요청도 여러 이유로 현실화 되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정 총리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 환자를 이원화해 경증 확진자를 격리 치료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를 설치하기로 대응 방침을 바꿨다. 이렇게 확보된 병상으로 확진자 전원이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병상이 없어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자택에서 사망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 방안도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많고, 연일 늘어나고 있는 확진자를 수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도 많다. 이는 정 총리가 전국적으로 병상을 마련해 원할하게 이송하는 시스템을 고민했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아직 정 총리가 서울이나 세종시로 돌아올 시기는 알 수 없다. 정 총리는 지난 25일 대구로 이동하면서 최대 4주까지 체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2일부터 시작된 국회 대정부 질문에 정 총리는 참석 안해도 되는 것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정 총리의 대구 행보는 짧아도 이번 주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구지역 한 의료진 관계자는 "정 총리가 민생 순시하러 대구에 온 것이 아닌데 지나치게 길어지는 느낌이 있다"며 "차라리 서울이나 세종으로 돌아가 코로나 관련 정부 부처간과 지자체간 협업을 지원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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