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오는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정 수석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비전으로 전기동력차에 이어 개인용 비행체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방점을 찍었고,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퇴임 등에 따라 그동안 '밀린'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정의선 이사회 의장직 오르나...삼성, SK 이어 사외이사 의장직 가능성도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오는 18일 현대모비스를 시작으로 19일 현대차, 24일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3인방'의 주총이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총을 모두 마친 뒤, 현대모비스를 그룹의 최상단 회사로 올리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지만 주주들의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이를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의 21.43%,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의 33.88%, 기아차가 현대모비스의 지분의 17.24%를 보유하는 구조이다.
이후 지난해 3월 정기 주총 무렵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그룹은 개편안을 내놓지 않았다.
현대차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정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로서 정 회장은 1999년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을 맡은지 21년 만에 의장직을 놓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정 수석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기존 개편안을 일부 수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개편안을 차분히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안을 반대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해말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 전량을 매각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룹은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오지만 회장으로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재계 일각에서는 정 수석 부회장의 자연스러운 승계 타이밍으로도 보고 있다.
다만 정 수석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은 유력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선도 있다. 주총에서 사외이사나 다른 등기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충분히 고려할 만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달 사외이사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SK그룹도 지난해 지주회사인 SK(주)와 SK이노베이션이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추대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 위해 총수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하지 않는 게 최근 재계 트렌드"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2020.03.05 peoplekim@newspim.com |
◆ 사업목적 정관 변경...5년간 90조 투자해 미래에 '올인'
"전동화 시장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전용 플랫폼 개발과 핵심 전동화 부품의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총 44개의 전기동력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
정 수석 부회장이 올초 신년회에서 밝힌 이 같은 목표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해 그룹의 총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현대차 이사회에서 사업목적 수정 및 신설 등 정관을 변경한 점은 사업성과 직결된다.
사업목적에 '각종차량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을 '각종차량 및 기타 이동수단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으로, 기타 이동수단을 추가해 명기했다.'전동화 차량 등 각종 차량 충전 사업 및 기타 관련 사업'도 신설했다.
고속 성장해온 현대·기아차는 2015년 801만대 판매를 정점으로 후진하고 있다. 2016년 788만대, 2017년 725만대를 기록했고, 2018년 740만대로 소폭 회복했으나 지난해에는 719만대에 그쳐 5년 연속 판매 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됐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사업 방향성을 확정된 만큼, 사업 구체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꺼낼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6년간(2020년~2025년) 총 9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61조1000억원, 기아차는 29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3대 전동차 제조 기업으로 오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에, 기아차는 지난 1월에 각각 발표했다.
이 같은 미래 전략은 2018년 부회장에서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수석 부회장이 전체 그림을 그렸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를 비롯해 ▲차량공유 ▲무인항공 ▲수소전기차 등 국내외 기업을 손 잡으며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 수석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 앱티브와 40조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해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속하는가 하면, 올해 1월 미국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우버(Uber)와 협력해 만든 비행체를 공개하며 '미래'에 올인 중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별도로 현대모비스가 자동차 부품사로서 스타트업 육성 등 미래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그룹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를 지배구조 개편에 반영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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