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며 영화계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월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734만7028명이다. 전달(1684만3696명)의 반토막으로 지난해 2월(2227만7733명)보다 3배 이상 감소했다.
최근 일 관객수를 보면 지난 3일 5만9881명, 4일 6만1350명, 5일 6만5530명으로 더욱 처참하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인 '남산의 부장들' 오프닝 스코어(25만2114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코로나19로 개봉을 연기한 영화 '기생충 흑백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콜' '결백' '콰이어트 플레이스2' '뮬란' '침입자' 포스터 [사진=CJ ENM·NEW·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롯데엔터테인먼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20.03.06 jjy333jjy@newspim.com |
이에 투자·배급사들은 신작 개봉을 하나둘 미뤘다. 평균 좌석판매율이 3%대에 불과한 지금 새 작품을 선보여봤자 손익분기점 돌파도 어려운 탓이다. 2월 말부터 현재까지 개봉을 연기한 영화는 '기생충 흑백판' '사냥의 시간'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 '콜' '결백' '침입자' '주디' '뮬란' '노 타임 투 다이' '콰이어트 플레이스2' 등 50편이 넘는다.
문제는 개봉 연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거다. 당초 대부분의 투자·배급사는 이들 영화를 4월 이후 선보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몇몇 작품은 아예 하반기 개봉을 검토 중이다. 물론 이 역시 쉽진 않다. 이른바 3~4월 개봉하는 '비수기 영화'와 여름 시즌 혹은 추석 명절, 겨울방학을 겨냥해 개봉하는 '성수기 영화'는 규모부터 다르다. 즉, 경쟁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내년 상반기로 보내자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음 영화 개봉 일정, 마케팅 비용 추가 투입 등을 놓고 제작사와 외부 투자사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극장 정상화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거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기약이 없다. 당장 개봉을 할 수도,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다. 진퇴양난"이라고 한탄했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마련한 기획전 [사진=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2020.03.06 jjy333jjy@newspim.com |
신작들의 개봉 연기에 골머리를 앓는 건 극장도 마찬가지다. 현 상황에 새로운 영화마저 걸리지 않는다면 관객이 더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래서 강구한 묘책이 기획전을 마련, 명작들을 재개봉하는 거다. 대부분의 경우 가격도 5000원으로 낮췄다.
롯데시네마는 '힐링무비 상영전'을 열고 '리틀 포레스트'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원더' '그린북' '아이 필 프리티' 등을 차례로 선보인다. 오는 12일에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단독 재개봉한다. 메가박스는 '명작 리플레이'를 통해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두 교황'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나이브스 아웃' 등 14편을 상영한다.
CGV는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덕후'들을 잡으러 나섰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 이어 2004년 개봉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4DX로 재개봉했다. 아울러 관객 추천과 만족도지수를 토대로 영화를 선별, 상영하는 '누군가의 인생영화 기획전'을 시작했다. 현재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어바웃 타임' '캐롤' 등이 재상영 중이다.
CGV 측은 "코로나19로 최신 개봉작이 없다 보니 관객수가 극심하게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구책으로 재개봉 작품들을 선보이게 됐다"며 "CGV 내 예매율을 보면 현재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1위고 그 외 '어바웃타임' '캐롤' '싱스트리트' 등 재개봉 영화들도 순위권에 있다. 작지만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재개봉한)각 영화의 예매율만 보면 높지만, 시장 자체가 줄어들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더욱이 다음 주엔 이번 주보다 개봉작이 더 없어서 시장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한다. 극장가 어려움은 당분간 가중될 듯하다"고 우려했다.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