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4월 인도분 원유 수출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고 산유량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과의 시장 점유율 전쟁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주 러시아가 코로나19(COVID-19)에 대응하기 위한 감산에 합의하지 않고 기존 감산 연장에도 동의하지 않은 후 나왔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4월 아시아로 향하는 아랍 경질유의 공식판매가격(OSP)을 두바이-오만유 현물시장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3.10달러 낮춘다고 밝혔다. 이는 3월 가격보다 배럴당 6달러 낮은 수준이다.
아람코는 또 미국으로 향하는 4월 인도분 아랍 경질유의 OPS도 아거스고유황원유지수(ASCI) 대비 배럴당 3.75달러 낮춰 3월보다 7달러 내렸다. 북유럽으로 향하는 아랍경질유의 경우 국제 벤치마크인 ICE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0.25달러 내려 3월보다 8달러 낮아진다.
사우디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이 추가 감산이나 기존 감산 연장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내려졌다. 사우디 등 OPEC 국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150만 배럴의 감산을 제안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달 말 종료되는 지난해 말 합의된 감산 연장에 대해서도 이들은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로이터통신에 사우디가 오는 4월부터는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으로 증산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산유량이 1000만 배럴을 넘기는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한 소식통은 FT에 사우디의 산유량이 결국 하루 1100만 배럴을 넘길 수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의 산유량 정책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OPEC과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산유국들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증산하면 사우디가 왜 똑같이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우리는 유가로 손실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원유를) 더 많이 팔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3.07 mj72284@newspim.com |
◆ "유가 배럴당 30달러 간다"
최근 몇 년간 원유 매출액 증가로 1700억 달러 규모의 국가 자산을 비축한 러시아는 단기 가격 전쟁을 감내할 수 있다고 보고 '고자세'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의 미하일 레온티이프 대변인은 타스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관계는 의미가 없어졌다"며 "감산의 진짜 결과는 OPEC+의 감산 연장 반복으로 완전히 그리고 빠르게 전 세계 시장에서 미국산 셰일오일로 대체되며 총량이 감소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가 원유 판매 가격 인하와 증산에 나서면서 업계는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과의 시장 점유율 전쟁이 예고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지난 2014년 가격전쟁은 세계 원유산업을 뒤흔들어 놓았다.
사우디의 증산은 어려운 이익 창출 여건에서 빠르게 산유량을 늘려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만든 미국 셰일업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미 코로나바이러스로 큰 폭으로 내린 유가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싱가포르국립대 중동연구소 방문 교수인 틸락 도시는 로이터통신에 "이것은 사우디의 물량을 늘리고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 러시아와 경쟁하기 위한 전면적인 사우디의 충격과 공포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시 교수는 "이것은 2014년 하반기보다 더 심할 수 있고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주고 있는 영향에 따른 수요 충격을 감안할 때 유가는 30달러나 20달러까지도 테스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원유시장 트레이더는 사우디의 결정으로 브렌트유가 곧 배럴당 40달러 선을 테스트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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