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108개 국가로 확산되면서 실물경기가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물론이고 일상 생활에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각국 주요 도시의 극장이 개점 휴업이고, 스키장부터 헬스장까지 스포츠 마니아들로 붐비던 각종 시설도 인적을 찾기 힘들다.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한 격리자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자가 격리된 이들은 불안감과 우울감에 연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세상과 단절된 삶에서 발생하는 고통이 상상 이상이라는 얘기다.
10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지구촌 곳곳의 달라진 일상과 새롭게 등장한 라이프 스타일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날 오전 기준 9172명의 확진자가 발생, 진원지인 중국에 이어 바이러스가 가장 크게 확산된 이탈리아에서는 결혼식도 장례식도 사실상 사라졌다고 CNBC가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전국민에게 외출을 삼가할 것을 권고한 가운데 동호회 모임이나 종교 행사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면 경중을 가리지 않고 기피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식료품 가격 급등에 소비자들이 허리가 휠 지경이다. 지난 2월 음식료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1.9% 치솟았다.
1월에도 20.6% 뛴 데 이어 2개월 연속 각종 식품과 식재료가 살인적인 상승을 연출했다. 가공 식품 생산라인의 가동이 마비된 데다 정부가 운송을 통제한 데 따른 결과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사재기도 극심한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가뜩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로 인해 가파르게 치솟은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올랐고, 각종 채소와 가공 식품 가격 역시 천정부지다.
바이러스가 확산된 이후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근로자들이 감원 위험에 처하는 등 생활고가 가중되는 가운데 식품 가격 인플레가 민초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첫 확진자 발생 후 불과 열흘 사이 환자가 167명으로 늘어난 뉴욕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뉴욕포스트를 포함한 지역 언론에 따르면 주요 대학과 초중고등학교는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속속 대체했고, 아마존을 포함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재택 근무 지침을 내렸다.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발목을 붙잡힌 셈이다.
교통 대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뉴욕 주 정부는 대중 교통 이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한편 지하철과 버스 운영의 전면 중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곳곳에서 혐오 범죄가 포착, 가뜩이나 우울한 민심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에서 유학을 온 한 여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걸어가다 한 흑인 남성에게 얼굴을 가격 당하는 등 묻지마 범죄가 아시아인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 격리자는 "아침마다 아무 증세가 없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눈을 뜨고, 집 밖으로 한 발도 나갈 수 없는 폐쇄된 삶 자체가 고통"이라고 털어 놓았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비상 사태를 선포한 천주교 국가 필리핀에서는 예배 참석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감염을 우려한 교인들이 발을 끊은 결과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각종 개인 위생 대처법이 소개되는 가운데 잘못된 대응으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례도 발생했다.
ABC 뉴스는 이란 남부 아흐와즈에서 27명의 시민이 코로나19 예방에 알코올이 효과적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과음을 하다 생명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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