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대학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코로나19 여파로 개강이 연기되고 개강 이후에도 당분간 강의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전액 등록금은 불공정하다는 게 학생들 의견이다. 하지만 법적 기준이 미비한데다 교육부와 학교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대학 현장 갈등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대학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0.03.11 dlsgur9757@newspim.com |
◆ "사이버대학이냐"...등록금 2배 이상 차이나
11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대학과 대학교·교육대학·산업대학 등 4년제 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2.6배 이상 차이가 났다.
공시 대상에 오른 전국 224개의 대학교·교육대학·산업대학·사이버대학·방송통신대학·각종학교·기술대학의 1년 평균 등록금은 669만6200원이다. 사립대만 따지면 745만1400원에 달한다. 반면 17개 사이버대학의 경우 연간 평균 등록금은 약 254만 3670원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로 최소 1달 간 수업이 유보되는 등 직격탄을 맞은 대학가에선 등록금 환불 요구 움직임이 생겨났다. 대학생들은 수업권이 침해된데다 기타 학교 시설물 등도 사용할 수 없어 등록금 환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국 27개 대학 단체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58개 대학교 학생 1만47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로 학사 일정이 조정되면서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은 62.5%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등록금 반환이 매우 필요하다는 학생은 62.7%로 조사됐다.
대학생 김모(21) 씨는 "개강도 연기되고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면 등록금도 사이버대학 수준으로 다시 책정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하고 시설도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데 등록금은 왜 동결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엔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재 특별 상황에 대한 온라인 강의는 평소 오프라인 강의 수준보다 떨어질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대학이 14~15주로 학기를 단축, 학습권 보장 문제로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7만1193명의 동의를 받았다.
각 대학의 SNS에도 "내가 간 곳은 사이버대학이었네", "구 고려사이버대학 학비는 100만원대인데 신 고려사이버대학 학비는 300만원대", "진짜 등록금 '날로 먹기'"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출입문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되어 있다. 이날 경희대와 경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께 한의대 석사과정 졸업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2020.03.11 pangbin@newspim.com |
◆ "코로나19에 투입된 비용 공개하고 일부 등록금 돌려줘야"
하지만 현행법상 등록금 환불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등록금규칙 제3조는 학교의 수업을 전학기 또는 전월의 모든 기간에 걸쳐 휴업한 경우엔 등록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월 단위로 부분 환불이 가능해, 3월 3주차에 개강을 하면 환불로 이어지기 어려운 셈이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이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에 투입한 비용을 정확하게 공개해 일부 등록금을 다음 학기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각 대학은 교육기관정보공개법 제6조에 따라 그 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예·결산 내역 등 정보를 매년 1회 이상 공시해야 한다. 예·결산 내역은 '세입'과 인건비·운영비·여비·업무추진비·직무수행경비·연구용역비·학생지도비·보전금 등 '세출' 항목으로 구분돼 있다. 코로나19 안전 대책에 들어간 세출 내역을 세분화해 개방해야 한다는 게 학생들의 요구 사항이다.
전대넷 관계자는 "등록금 내역 중 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지출된 경비를 공개해야 한다"며 "또 등록금 중 사용하지 않은 차액은 하반기에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도 교육부와 대학은 등록금 환불 등에 대한 입장을 유보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한 질의에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 매우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울 모 대학 관계자는 "법적인 근거도 없고 교육부 지침이 없어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수업일수는 다 채우고 학교 교직원들도 다 출근하고 있다"며 "수업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단지 캠퍼스에 나오는 걸 미루고 있는 상태라 등록금 환불 얘기를 꺼내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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