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의 세계적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으로 코스피가 저점을 찾지 못하고 폭락하면서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개미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인 공매도는 코로나19 폭락장 속에서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증가하며 개미들의 원성을 샀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금융당국은 항상 "국내 공매도 규제는 이미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강한 편"이라며 난색을 표한다. 당국의 이같은 해명이 정말인지 뉴스핌이 취재해봤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2020.03.11 leehs@newspim.com |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증시와 비교했을때는 어느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홍콩 증시와 비교했을 때는 그렇지 않다.
◆ 세계유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폭락 막긴 역부족
우선 한국은 '무차입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는데 이는 미국과 홍콩과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부터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고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됐다.
자본시장법은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나 외국계 증권사들이 이를 어겨 적발되는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지난해 7월 외국계 금융사 6곳은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3600만~4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한국은 2016년부터 '공매도 잔고 공시' 제도도 도입했다. 공매도 공시제도는 일본과 영국 등 선진 증시도 의무화한 제도다. 공매도 잔고가 해당 종목 상장주식 총수의 0.5% 이상이 되면 투자자가 의무적으로 이를 공시해야 한다.
공매도를 하는 외국계 헤지펀드 등 주체를 공개해 압박을 주려는 취지였으나 실제로는 중개한 증권사 이름만 공시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공시를 하는 다른 국가도 거래 상대방까지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는 전세계적으로 한국만 가진 제도다. 당국이 '국내 공매도 규제는 강한 편'이라고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다. 지난 2017년 도입된 이 제도는 공매도가 급증하고 가격이 급락하는 종목에 대해 다음날 하루 동안 공매도를 금지한다.
금융위는 이번 급락장에 개미들이 요구하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 대신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를 확대 적용했다. 원래는 공매도 거래대금이 평소대비 6배 증가한 경우 과열종목으로 지정했는데 이 기준을 3배로 낮추고, 금지기간도 다음날 하루에서 10거래일로 대폭 늘렸다. 금융위는 이를 오는 6월 9일까지 3개월간 적용한다.
◆ 코로나19 폭락장 속 '한시적 공매도 금지' 적용될까
그러나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가 확대된 바로 다음날 코스피가 장중 1900선을 무너뜨리고 폭락하면서 다시 '한시적 공매도 금지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4.66포인트(2.78%) 내린 1908.27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에서 한시적 공매도 금지제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각각 8개월, 3개월간 도입한 적 있다. 해당 기간 모든 종목의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폐지한 사례는 한국 뿐만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영국이 가장 먼저 공매도 금지를 발표했다. 이어 한국과 함께 호주, 캐나다, 프랑스, 아일랜드,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가 공매도를 금지했다.
최근 코로나19 폭락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는 아직 중국과 인도네시아 뿐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 중에서는 아직 없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 조치를 위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에 나설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피가 추가로 폭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시적 공매도 금지 제도를 도입할 여지는 남아있다"면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를 확대했음에도 시장 안정 조치가 추가로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한시적 금지로 단계적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시총 커야 공매도 가능,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는 왜 안될까
한편 홍콩은 공매도 규제수준이 한국과 대체로 비슷하나, 시가총액에 따라 공매도가 가능한 종목을 따로 지정하는 규제가 추가로 있다.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라고 불리는 이 규제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도입을 검토해볼만하다고 언급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홍콩 증시에서는 시가총액이 30억 홍콩달러 이상이면서 12개월 시가총액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을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까지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검토했으나 금융위가 난색을 표하며 결국 도입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측은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가 세계적 표준에 부합하지 않고 주식시장 전반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저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매수세력도 함께 감소할 수 있고, 버블이 제때 억제되지 못해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공매도는 유동성을 공급하고 버블을 억제하는 순기능을 가졌기 때문에 막으면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면서 "예외적으로 위기상황에서는 공매도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한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으나, 일반적 상황에서 공매도는 규제를 강하게 하기보단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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