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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지구촌 돋보기 ] ⑧보복관세와 무역전쟁의 확산

기사등록 : 2020-03-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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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2020년 시작부터 미국과 이란이 무력으로 충돌하면서 전쟁공포가 피어오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국가이기주의로 인한 혼돈이 만연하고 있다. 국제사회에 관용과 협조가 실종되고 평화와 공존번영이란 이념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유무역 질서가 손상되면서 무역분쟁이 일상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조화로운 시장질서에 기반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구촌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머리를 맞대 인류의 희망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국제사회의 말기적 현상을 짚어본다.

무역분쟁은 양국간 무역상의 제재를 통해 분쟁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분쟁에 동원되는 수단은 다양하지만 주로 보복관세, 즉 관세인상이 주로 이뤄진다. 보복관세란 외국이 자국 수출품에 대해 관세나 대우에 차별을 둘 경우, 또는 자국 산업에 불이익이 되는 조치를 취했을 경우 상대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에 보복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복관세는 관세전쟁이 일어날 위험성 때문에 상대방을 위협하는 용도에 그치는 게 보통이었다. 혹 채택하더라도 발동되는 일은 드물었으나, 2000년대 이후 실제 부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복관세는 매우 강력한 조치인 동시에 무역이 아닌 정치, 외교 이슈로 넘어가고 국제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 2018년부터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1년이 경과하면서부터 미중간 무역갈등이 고조됐다. 2018년 3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대폭 강화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리고 중국이 지적재산권 침해 및 인허가 부당행위를 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한편, 중국의 대미 투자제한 및 관리·감독규정도 신설했다. 이와 별도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을 발동해 5세대(5G) 이동통신 등 첨단분야에서 중국기업의 미국투자를 차단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관세부과 대상도 점차 확대했다. 이에 따라 2019년 기준으로 총 2500억 달러 규모에 해당하는 중국 제품에 25%의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 절반에 해당하는 이들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율을 추가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아울러 나머지 3000억 달러 규모의 품목에 대해서도 15%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 또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계획 등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인민일보 등 관영신문들은 미국의 조치를 크게 비판했고, 주미 대사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비해 중국이 보유하는 미국 국채의 매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연이어 주요 원자재인 희토류 수출규제 카드도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미중 갈등은 2019년 6월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휴전에 합의하면서 잠복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8월 들어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미국은 곧바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환율과 통화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확전일로를 보이던 양국간 무역분쟁이 2019년 12월부터 부분적이나마 휴전상태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그러나 양국 무역전쟁의 완전 타결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언제라도 재연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G2간 경제이익 및 주도권 경쟁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내정치적 상황도 끼어있다. 미국은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뿐더러 양국의 산업구조도 경쟁관계로 전환되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의식이 커져있었다. 즉 중국으로부터의 수입규모가 연 5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가운데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비중 또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울러 외국기업의 접근을 제한하는 중국과의 시장개방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 전략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는 등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경제· 정치적 영향력 강화라는 구상도 깔려있다. 여기에 미국 내부적으로 빈부격차 및 인구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고도의 정치적 목적까지 더해져 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 모두에 커다란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중국이 입게 되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의 총수입 규모가 75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해 관세 상의 보복조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나 역부족한 게 현실이다. 미국 또한 산업 전반의 원가상승 및 실업증가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미국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이 제한을 받고 있다. 나아가 양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만큼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인 인공지능(AI)반도체와 5G 이동통신을 두고서도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간의 경제전쟁이 치열하다. 세계 유수의 통신장비업체인 중국의 ZTE와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가 국가안보를 빌미로 연이어 취해졌다. 특히 화웨이에 대해서는 호주·뉴질랜드·영국·이스라엘·일본 등 주요 동맹국에 대해서도 보이콧하도록 강력히 요청한 상태다.

미국이 이처럼 5G 기술 지키기에 필사적인 것은 향후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하려는 국가전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5G는 4차 산업혁명의 필수 기반기술이란 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으로 불린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2기의 역점 전략인 '중국제조 2025'의 핵심 산업이기도 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5G 기술 확보를 향한 중국의 질주가 자국의 국익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자유무역의 수호자였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즉 중국 제품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을 필두로 유럽과 일본, 멕시코 등 전방위로 그 전선을 넓히고 있다. 2018년 9월, 미국은 일본과의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일본에도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무역분쟁을 예고했다. 또 유럽연합(EU)에도 자동차를 위시해 40억 달러에 달하는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대형 IT기업에 과세하는 '디지털서비스 과세법안'을 통과시켰다.

한편, 무역분쟁의 유형은 보복관세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우선, 주요 자원과 상품의 수출규제 조치다. 매우 중요한 자원이나 소재부품의 공급을 제한해 상대국 경제활동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2018년 미국의 관세인상이 단행되자 중국은 보복조치의 하나로 주요 산업원자재인 희토류 수출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방안은 이미 2010년 중국이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 시에도 활용됐다. 2019년 7월에 이뤄진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도 같은 유형이다. 당시 일본은 안보를 위한 조치란 명분으로 한국에 핵심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금지했다. 그 결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2016년 내려진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도 대표적인 예다. 2016년 한국이 사드 1개 포대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 발표하자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한한령 등 다양한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이나 드라마 방영을 금지시키는 등 한국의 문화 산업과 관련한 조치로 시작해 화장품 등 한국산 상품의 통관 불허, 클래식 공연 취소,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제한 등 경제 전반적인 조치로 번졌다.

이처럼 미국이 불을 지핀 무역전쟁 대열에 다른 나라들도 하나 둘 끼어드는 상황이다. 이제 무역분쟁은 마치 하나의 유행병처럼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이런 무역전쟁의 확산이 초래할 결과는 빤하다. 세계경제는 멍들고 자칫 대공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세계경제를 0.5% 둔화시켜 총 4500억 달러의 손실을 가져오리라 경고했다. 또한 보호무역은 무역 감소와 함께 투자 감소, 공급 혼란, 생산력 증가 기술의 확산 감소, 소비재 인상을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경제 측면에서 시작된 분쟁이 점차 도를 넘어 무력분쟁으로 비화될 우려도 없지 않다.

자유무역은 원래 국제 분업체제에 그 이론적 배경을 두고 있다. 즉 각국은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생산에 특화하고, 이를 자유무역을 통해 상호 교환할 경우 모든 참여국들이 보다 높은 실질소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유무역을 통해 세계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둬 왔다. 그러나 이제 자유무역 체제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자칫 붕괴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이 경우 세상은 각자도생(各自圖生)과 이전투구(泥田鬪狗),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해나가야만 할 것이다. 우리 앞에 지옥문이 활짝 열린 상황이라 하겠다.

이철환 mofelee@hanmail.net

▶이철환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을 지냈다.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암호화폐의 경제학', '인공지능과 미래경제', '을의 눈물'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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