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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 코로나] "전파 속도 늦추자" 유럽-북미 당국 '안간힘'

기사등록 : 2020-03-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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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 판단에 차단에서 감염 속도 둔화로 포커스 이동
경기 타격 우려해 초강경 대응 쉽지 않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COVID-19)가 유럽과 북미에서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결국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하자 각국 정부가 대응 마련에 소매를 걷어 붙였다.

1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원천 봉쇄에 실패한 유럽 등 서방국들이 전파 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포커스를 이동하고 있으며, 다만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경제적 타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강력한 대응 조치를 꺼내 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불가피 판단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코로나19의 최초 전파자를 찾기 어렵고, 이미 지역사회 감염에 속도가 붙고 있어 현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날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기 몇 시간 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문가들을 인용하며 앞으로 수년에 걸쳐 자국민의 60~70%까지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서방국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역시 인구의 30~70% 정도가 감염될 수 있다는 비슷한 전망을 제시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 및 전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앞으로 감염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고, 현재보다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경우 최초 전파자를 찾을 수 없어 진압 자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방국 보건당국은 바이러스 전파 자체를 멈추기보다는 신규 감염 사례 증가 속도를 늦추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방국 정부는 전파 속도를 늦춰 동시에 치료해야 하는 환자 수를 최대한 줄이고, 그 사이 과학자들이 치료 방법이나 백신 개발을 할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계획이다.

◆ 전국 봉쇄·사회적 거리 두기 등 각국 대응은

코로나19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전파됐을 때 발생할 장기적 경제 충격을 생각하면 추가 감염을 막을 강경 대응책을 당장 제시해야 하지만, 그로 인한 단기적 경제 손실 역시 만만치 않아 각국 정부도 대응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감염자 수가 소수일 때는 상징적이고 다소 느슨한 수준의 임시 조치를 발표했다가 확진자 수가 급증한 뒤 부랴부랴 강경책을 내놓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는 확진자 수가 얼마 되지 않던 감염 초반에는 관광업 타격을 우려해 정부가 입국 제한 등을 망설였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많아지자 정부는 유례없는 강경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날 전국 봉쇄령을 내린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은 추가 확산을 막겠다며 약국과 식료품점을 비롯한 필수품 판매점포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상점들에 휴업을 명령했다.

하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경우 당장 이탈리아 같은 조치들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기준으로 확진자가 2281명으로 불어난 프랑스는 1000명 이상 단체 모임을 금지했지만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고, 이날 밤 축구 경기는 관중 없이 진행됐다. 프랑스 전역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거리 시위가 진행된 가운데, 프랑스 당국은 시위도 계속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독일은 전국 봉쇄령 대신 각 주별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선택적으로 시행하게 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1000명 이상 공공 집회를 금지하기로 했다. 베를린과 바이에른의 경우 국영 극장이나 콘서트홀, 오페라하우스 등이 문을 닫았으나 상업 시설들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영국은 결국 국민의 최대 80%까지 감염될 수 있을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도 개입 정책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한가지 우려는 엄격한 봉쇄 정책으로 코로나19 감염을 연말까지 지연시킨다 하더라도, 연말이면 다시 날씨가 추워져 계절 독감 등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정부 관계자들은 확진자 수가 얼마 되지 않는 지금부터 영국 시민들을 강제로 격리하면 나중에 격리 지침을 잘 따르지 않게 돼 오히려 역풍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스페인은 비교적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수도 마드리드를 포함해 확진자가 많이 나온 지역의 경우 이번 주 대학교와 학교, 데이케어 센터 등이 문을 닫도록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한편 북미에서는 미국이 뒤늦게 대응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0시(현지시간)부터 영국을 제외한 모든 유럽발 여행객의 입국이 30일 동안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어 "금지 조치는 엄청난 양의 무역과 화물뿐 아니라 우리의 승인을 받게 될 다양한 다른 것에도 적용될 것"이라며 "다만, 그러한 제한 조치는 영국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 국무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불필요한 직원들의 이동을 보류하도록 했으며, 업무와 관련해 중요한 해외 일정만 허용하기로 했다. 해외에 근무하는 국무부 직원의 경우 이동 허용 결정을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내릴 것이며, 미국 내 직원들의 경우 관할 부서에서 여행 승인을 반드시 얻어야 한다.

확진자 수가 100명을 막 넘긴 캐나다는 이란과 후베이성에서 온 입국자들에게 14일의 자가격리를 권고했고, 최근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 중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자진 신고하라고 했을 뿐 봉쇄 지역을 설정하거나 공공 집회 금지 등의 조치를 마련하지는 않은 상태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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