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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밀폐된 PC방 집단감염 우려에도…마스크 벗고 음성채팅까지

기사등록 : 2020-03-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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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헤드셋에 음성채팅…창문 없거나, 있어도 열지 않아
"좁은 공간·환기 안 되는 곳 모두 집단감염 가능성 커"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나왔다"...안전불감증도 도마

[서울=뉴스핌] 임성봉 이정화 이학준 기자 = # 12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의 한 PC방. 총 200석의 좌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흡사 닭장을 방불케 했다. 43명의 손님들은 저마다 헤드셋을 끼고 중얼거리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PC방에서 주문한 라면과 핫도그, 콜라 등을 먹으며 드라마와 예능을 시청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연이어 PC방에 들어온 손님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마스크를 벗어 책상 위에 올려둔 채 온라인게임에 접속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은 걸레를 들고 연신 마우스와 키보드를 꼼꼼히 닦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손님들은 좌석에 앉아 마스크를 벗은 채 마우스에 손을 가져갔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에 따라 정부가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다음날인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이 평소보다 적은 이용객으로 비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후 기존의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방역 체계를 유지하며 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해 범부처 대응과 중앙정부-지자체의 지원 체계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내려진건 75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두 번째다. 2020.02.24 alwaysame@newspim.com

서울 구로구 콜센터 코로나19 확진에 이어 동대문구 PC방에서 4명의 확진자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서울시에 집단감염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밀집하는 PC방에서 감염이 확인되면서 서울이 대구·경북에 이어 코로나19 '슈퍼 감염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서울에만 총 4271개의 PC방이 운영 중이다. PC방으로 등록한 곳이 3824개, PC방과 오락공간이 혼합된 복합유통게임제공업체로 등록한 곳이 477개다. 이날도 서울 곳곳의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된 학생들, 재택 근무나 휴가 중인 직장인들이 다수였다.

오전 10시쯤 찾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PC방에는 120여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0여명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각 좌석은 어림잡아 10cm 정도의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었다. 헤드셋을 통해 음성채팅이 필요한 온라인게임에 몰두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PC방 천장에는 환풍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PC방 내부에 가득 찬 담배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풍기 외에도 커다란 창문이 있었지만 모두 닫혀 있었다. PC방 직원은 "창문은 열기 싫어서 열지 않는 게 아니라 손님들이 싫어해서 열지 못한다"고 했다.

PC방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타인의 바로 옆에 앉아야 하는 구조다. 공용 헤드셋을 껴야 하며, 음성채팅에 참여할 경우 비말(침)이 튈 수 있다. 게임에 집중하는 동안 공용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졌던 손은 PC방 내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입으로 향한다. 한 PC방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머물렀다면 다음 사람, 혹은 인접한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 모두 감염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일 세종시 나성동의 한 피시(PC)방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점검한 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김병수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적극적인 방역 대책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2020.03.09 89hklee@newspim.com

더욱이 PC방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콜센터처럼 환기도 되지 않는 밀폐된 환경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 어두운 실내를 유지하기 위해 지하에 위치한 PC방들은 창문 자체가 없거나, 창문이 있더라도 굳게 닫은 채 운영을 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PC방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콜센터와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환기가 되지 않는 실내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상황이면 PC방이든 사무실이든 노래방이든 모두 집단감염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전날 동대문구 PC방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PC방을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안전불감증' 역시 도마 위에 오른다.

성북구의 한 PC방을 찾은 이모(28) 씨는 "별생각 없이 게임을 하러 나왔다"고 했다. 동작구의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A씨는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나왔다"며 "(코로나19) 걱정은 되지만 그렇게 따지면 지금 외출 가능한 곳이 어딨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cle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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