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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중국산 마스크가 지배하는 세상, 지정학적 균형도 기운다

기사등록 : 2020-03-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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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마스크 공급대란이 발생한 가운데, 중국 제조업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마스크 생산 모드에 돌입했다.

기존 의료장비 제조업체뿐 아니라 기저귀, 휴대폰, 전기차, 로봇, 심지어 전투기를 만들던 업체들까지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대형 석유기업들은 마스크 생산 원료인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염화비닐 등을 공급한다. 현재 마스크를 만드는 중국 업체는 2500개가 넘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31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의 한 마스크 제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2020.01.31 [사진=로이터 뉴스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현지시간) 각 기업의 마스크 생산 결정은 수요가 급증한 상품을 만들어 이익을 남기겠다는 상업적 목적이 우선됐지만 중국 정부가 각종 보조금과 감세, 무이자 대출, 신속 승인, 인력난 해소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마스크 생산을 장려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중국은 전 세계에 공급되는 마스크의 절반 정도인 일일 2000만장을 생산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중국의 일회용 및 N95 마스크 생산량은 일일 1억1600만장에 이르렀다.

중국의 마스크 생산량이 이처럼 급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 주석이 산업정책을 전시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국영기업들을 필두로 전국 제조업체들이 마스크 생산에 주력하도록 만든 것이다.

오스트리아 엔지니어링 기업 앤드리츠의 중국 법인 사장인 토마스 슈미츠는 "중국의 최고 강점이 바로 속도"라며 "이미 산업 절정기를 지난 다른 선진국과 달리 중국 사람들은 뛰어야 할 때가 오면 전력질주하는 법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CMP는 또한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갖춘 중앙집권 경제인 중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비상 시 전 세계가 중국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는 이러한 양상이 중국이 미국 및 유럽과 맺고 있는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 나머지 국가들에서 마스크 등 의료장비 부족난이 심화될수록 중국의 제조업 지배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의료장비를 공급받기로 한 결정이 단적인 예다. 중국은 마스크 200만장을 포함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대규모 의료장비를 이탈리아에 출하하기로 했다.

이제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소멸 국면에 접어든 반면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만큼, 중국의 이른바 '마스크 레버리지'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전략프로그램 책임자인 러시 도시는 "이탈리아와 중국의 거래는 미국이 글로벌 공조를 주도하는 데 실패하는 동안 중국이 글로벌 공공재 공급자로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물자를 공급할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은 단순히 경제모델의 산물이 아니라 막대한 산업능력에 기인한 것"이라며 "한 때 미국이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중요한 부분을 이미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식 경제모델을 답습할 필요는 없지만, 주요 부문에서의 산업 기반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은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필요한 35억장의 마스크 중 1%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CMP는 이번 마스크 파동은 글로벌 제조업의 균형이 중국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단편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아오기 위해 중국과 2년 간 무역전쟁을 벌였지만, 현실은 여전히 중국이 글로벌 제조업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인 스티븐 로슈 미국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는 효율성과 가성비를 위해 글로벌 제조업 네트워크를 되돌리기 힘든 상태로 만들었다"며 "세계화의 단점은 모든 사람들이 가능하면 싼 물건을 찾게 됐다는 것인데, 우리는 싼 물건을 위해 비상 시 핵심적인 의료 인프라를 희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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