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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신용시장 '적신호' 바이러스 위기 부른다

기사등록 : 2020-03-1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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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구촌 신용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투기등급은 물론이고 투자등급까지 회사채 수익률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연일 가파르게 치솟는 한편 글로벌 기업들이 자금줄을 확보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국에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이 공급망과 민간 소비를 마비시킨 데 이어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미국 달러화 [출처=로이터 뉴스핌]

12일(현지시각)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유로화 표시 투자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가 이번주 들어서만 30bp(1bp=0.01%포인트) 급등하며 158bp까지 뛰었다. 이는 1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상황은 달러채도 마찬가지. 미국 달러화 표시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가 180bp를 뚫고 오르며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아시아 지역 달러화 표시 투자등급 스프레드 역시 170bp에 근접하며 2018년 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정크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도 연일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 업계를 중심으로 디폴트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손실 헤지를 위한 CDS 프리미엄도 껑충 뛰었다.

뱅크 오브 싱가포르의 토드 슈버트 채권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리스크가 크게 고조된 데 따라 모든 위험자산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공룡 기업들은 자금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737 맥스 운항 중단 사태로 인해 경영난에 빠진 보잉을 필두로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를 포함한 호텔 업계, 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카지노 업계까지 신용라인 연장과 운전 자금 마련에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주요 은행에 대출 연장과 신규 론을 요청하는 기업 경영진들의 전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다급한 운전자금 확보는 물론이고 경쟁 업체를 꺾어 놓기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여기에 헐값에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한 자금 마련까지 거의 전 업종에 걸쳐 다양한 용도의 신용라인 요청에 금융권 전화통이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상황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제조업계 생산라인부터 소매업과 숙박, 카지노 업계 등 영업장 운영이 사실상 멈춘 데 따라 매출이 이미 곤두박질치는 데다 바이러스 확산이 진화되지 않으면서 이익 절벽을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와 함께 11년 강세장을 연출한 뉴욕증시의 폭락과 채권시장 혼란 역시 기업들의 자금 확보 러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크본드를 중심으로 회사채 스프레드와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히자 기업들이 은행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이 기업에 집행하지 않은 신용라인이 총 2조5000억달러로 집계됐다.

당장 유동성 경색 위기가 닥칠 여지는 제한적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상황이 순식간에 악화될 수 있어 월가는 크게 경계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CS)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한계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라인을 소진하면 금융권은 단기 펀딩 수단에 더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레포 금리 급등을 포함해 신용시장의 발작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금융시스템이 견고해졌지만 지속되는 바이러스 확산과 경기 침체 리스크 등 커다란 불확실성이 낙관을 어렵게 한다고 월가는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이날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전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에 앞서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미국이 이미 침체에 진입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higrace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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