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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 지침 안 따르고 부정평가 받은 법관…당시 법원장은 "윗선 지시 없었다"

기사등록 : 2020-03-1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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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통진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사건
윗선과 다른 판결 내린 재판부, 인사 평정에서 부정평가
당시 서울행정법원장 "인사 평정 관련 윗선 지시 없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이성화 기자 = 지난 2015년 옛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낸 지위확인소송에서 법원 '윗선'과 다른 판단을 내린 재판부에게 부정평가를 준 법원장이 "인사 평정과 관련한 법원행정처의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들에 대한 56번째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통진당 소송 개입 사건' 당시 서울행정법원장이었던 김문석 사법연수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통진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렸다.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었던 만큼, 소속 국회의원 지위 등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 소속 의원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지위확인소송을 냈는데, 당시 헌재와 '최고 법원' 자리를 놓고 긴장 관계에 있었던 사법부로서는 그 위상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로 봤던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2.21 kilroy023@newspim.com

검찰은 수사 결과 법원행정처가 사실상 판결 방향을 결정해 재판부에 전달했다고 결론 내렸다. 행정처 가이드라인에는 구체적으로 '각하는 부적절하고, 기각이나 인용 결정을 하는 경우에도 위헌정당해산심판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 소속 의원의 직위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 이유를 설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1심인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당시 반정우 부장판사)는 이같은 지침을 따르지 않고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유는 "헌재가 내린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판결 이후 재판장을 비롯한 행정13부 판사들은 당해 법관 인사평가에서 모두 '보통' 등급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반 부장판사는 "일부사건 결론 도출과정에서 사건 검토가 부족한 채 주관을 강하게 반영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종합평가에서는 '우수' 등급을 받아 그 배경에 사법부 윗선의 인사불이익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하지만 인사 평정권자였던 김 원장은 "법원행정처의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검사가 '행정처 관계자로부터 통진당 소송 결론이 부적절했다는 기재를 제시받거나 평정에 이를 반영하라고 요청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당시 조한창 수석부장판사에게 인사평정 기초자료를 제공받아 최종 판사 평정표를 작성했다"며 "어떤 한 사건만 보고 그런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니다. 또 판사 평정은 매년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또 당시 판결에 대해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비판적으로 본 것을 알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당시 판결 선고 이후 직접 그 의사를 전달받은 건지, 아니면 '사법농단'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 대법 보고서를 본 이후인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증언했다.

다만 김 원장은 법원행정처가 통진당 사건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했을 당시 강형주 법원행정처 차장이 '판결이 거꾸로 된 것'이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며 "어떤 경위로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각하나 기각 말고 본안 판단은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세 차례에 걸쳐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었던 강형주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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