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KDB생명이 수차례 도전에 나선 매각 절차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이번달 매각 절차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 지주사법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되는 위기까지 직면하면서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 매각 공고 이후 예비입찰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적절한 매수자를 만나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하고 있다.
KDB생명. [사진=KDB생명] |
당초 산은은 지난해 예비입찰을 마무리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각가에서 큰 차이를 보이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예비입찰에 중견 PEF 두 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최소 6000억원 이상의 매각가를 기대했으나 예비입찰에 참여한 PEF는 2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매각가를 낮출 수 없는 입장이다. 산은은 KDB생명을 약 6500억원에 인수했으며 지난 10년간 증자금 등을 더해 총 1조 15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은은 법적 리스크도 안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가 아닌 사모펀드(PEF)는 금융사를 최대 10년까지만 지배할 수 있다.
KDB생명은 지난 2010년 3월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설립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인수했다. 올해 3월이면 10년 만기가 도래한다.
동종업권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장 환경도 KDB생명 매각을 어렵게 하고 있다.
KDB생명보다 푸르덴셜생명에 시장 관심이 더 몰리고 있고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잠재매물로 꼽힌다.
이같은 상황에서 산은이 금융당국의 과징금을 감안하고서 장기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업계 관측도 나온다.
KB금융을 비롯해 복수의 사모펀드가 뛰어든 푸르덴셜생명 매각이 마무리되면 인수전에서 밀린 후보들이 KDB생명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은행 부문 보강을 모색 중인 KB금융의 경우 푸르덴셜생명이 아니더라도 지난해 3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한 KDB생명도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 규모를 고려했을 때 싼 값에 팔수는 없는 입장이다. 자칫 헐값 논란이 일어 법적 문제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금융지주회사법 해석에 있어 산은이 수차례 적극적으로 매각을 시도한 점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산은이 시간을 두고 추가후보를 물색한다면 충분히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