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보험업계가 이번주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저금리 상황에선 채권 투자 등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역마진과 자본확충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은 이르면 4월부터 예정이율을 내리고, 그럴 경우 신규 고객들의 보험료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예정이율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투자해 보험금 지급 시점까지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말한다.
예정이율이 떨어지면, 보험금 지급을 위해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보험료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선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하락하면 보험료가 5~10% 정도 오르는 걸로 파악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1.17 mironj19@newspim.com |
16일 보험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하면서 한국은행도 조만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 폭을 0.25%포인트보다는 0.50%포인트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의 기준금리는 0.75%로,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하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은 이번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금리마저 내릴 경우 사실상 국내 채권투자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뜻"이라며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30% 제한 법에 걸려 있어 악재만 쌓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초저금리 장기화에 운용 자산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된 보험사들은 신규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삼성생명은 4월부터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예정이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보험료 인상과는 별개로 기준 금리 인하시 보험사들의 이차역마진 규모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중이다. 보험료 평균 적립이율인 4.25%보다도 0.75%포인트 낮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이 수치마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의 이차역마진 규모는 약 1조8000억원, 한화생명은 1조원, 교보생명은 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추경에 따른 정부의 채권공급 물량 증가와 외국인의 한국 채권 매도 물량 증가로 인하여 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중기적으로는 시장금리의 하락이 예상된다"며 "따라서 보험업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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