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전격 인하했지만, 16일(현지시간) 주식시장은 되레 폭락하며 패닉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COVID-19)가 또한번의 초저금리 시대를 몰고온 가운데 미국 경제가 이른바 '통화 블랙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 본부[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3.06 mj72284@newspim.com |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팬데믹(대유행) 메커니즘은 예상되지 않았지만, 수년간 부정적인 충격이 우리를 유동성 함정으로 빠뜨릴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면서 국채금리가 0.8%를 하회하며 통화정책에 남은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기 재무장관을 지낸 서머스 교수는 이것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시장이 환호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개장 직후 8% 급락하며 또한번 15분간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서머스 교수는 수년간 '블랙홀 통화 경제'를 경고해왔다. 이는 제로 수준의 금리에서 경제가 출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해도 경제를 부양하거나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준은 전날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3일 인하에 이어 이번 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수렁에 빠질 위협을 받으면서 연준은 이 같은 조처를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실제 경제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WSJ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미국에서는 대형 금융기관이 위험에 처하거나 붕괴할 가능성은 작지만, 연일 급락하고 있는 주식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효과가 실제 경제에 닿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일부 비평가들은 연준이 미래를 위해 탄약을 남겨놨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연준 관계자들은 경제가 필요할 때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WSJ은 금리 인하가 팬데믹을 멈추거나 식당 영업을 재개하게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라보뱅크의 유럽중앙은행(ECB)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모두가 부양을 압도하는 사회 활동 제한과 같은 정책을 쳐다보고 있다"면서 "그들이 최대한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우리는 생산을 제한하는 공급 충격을 겪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돈을 쓰려고 하지 않고 가게가 닫아서 돈을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금리를 제로로 내리며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여지는 줄어들었다. 연준은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과 같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리는 방안을 배제해 왔다. 채권금리를 더 내리려면 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추가로 채권을 매입해야 하지만 이미 너무 낮아져 있는 채권수익률을 감안하면 이것 역시 쉽지 않다.
아직 연준에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도구가 남아있다. 연준은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으며 은행에 값싼 대출을 해주거나 감독 가이던스를 변경해 은행의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WSJ은 이 같은 연준의 정책이 경제 위기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것이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을 예방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WSJ은 미국 경제의 운명이 의료 전문가와 재정정책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갈 경우 미국 경제가 하반기 'V'(브이)자 반등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비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고 경제 회복이 더뎌질 경우 ECB와 BOJ처럼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정당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너스톤 매크로의 로베르토 퍼릴 애널리스트는 전날 보고서에서 "다시 금리 인상을 보기 전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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