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이 수출 기업들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전자업계에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대유행)에 따른 수요 감소 국면에선 환율 호재가 달리 힘이 되지 못 한다는 입장이다.
◆ 코로나발 경제 위기 우려에 달러/원 환율 급등…수출 호재?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달러/원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자업계 주요 수출 기업들이 마냥 웃지만은 못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그에 따른 판매 감소 우려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제를 달러로 하다 보니 환율 영향이 있다. 환율이 오르는 게 나쁘진 않다"면서도 "코로나 영향으로 환율이 오르는 건데, 생산 차질이나 수요 급감 상황을 생각하면 환율 수혜 같은 건 별로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부터는 6거래일 연속 오르며 19일 달러당 1280원까지 7.4% 급등했다. 이달 들어서는 5.7%, 연 초 이후로는 10.7% 상승한 가격이다. 다만 한·미 간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 등에 힘입어 20일 환율이 40원 가까이 내리며 급등세가 한풀 꺾이긴 했다.
일단 북미 지역이 우리 기업들의 최대 소비 시장이란 점에서 달러/원 환율 상승은 호재라고 할 수 있다.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은 삼성전자가 32.1%, SK하이닉스가 30.2%, LG전자가 23.4%에 이른다. 비단 북미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달러화가 기축통화임을 감안하면 그 영향은 세계 각지에 미친다.
◆ 환율 급등 수혜보다 글로벌 수요 위축 영향 더 커
환율 호재를 무색하게 하는 소비 침체 우려, 과연 어느 정도일까.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는 올 1분기에만 TV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216만 대 줄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2분기까지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올해 상반기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460만 대 이상 감소하는 등 전년 대비 연간 최대 500만 대(총 출하량 예측치의 2%) 줄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열릴 예정이었던 '유로2020', '코파 아메리카'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내년으로 연기된 것을 고려하면 TV 수요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도쿄올림픽 또한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개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있을 경우 보다 나은 화질로 시청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져 TV 구매를 앞당기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브라질월드컵과 소치동계올림픽이 있었던 2014년 전 세계 TV 출하량이 2억3492만 대였던 데 비해 큰 스포츠 이벤트가 없었던 2015년엔 2억2621만 대에 그쳤다. 이후 2017년 2억1517만 대까지 준 TV 출하량은 평창동계올림픽과 러시아월드컵이 열린 2018년 2억2136만 대로 반등했다.
스마트폰과 PC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발발 이후 대외 활동 자제와 노동집약적 생산라인의 가동 지연으로 2020년 전 세계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2월 노트북 출하량 추정치를 기존 1080만 대에서 570만 대로 47.6% 줄이면서 올 1분기 판매량이 전년동기보다 3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 환율·수요 결국 코로나가 원인…"장기화 여부 예의주시"
이 같은 이유로 수출기업들로선 나쁘지 않은 거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환율 급등세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직은 단기적인 현상이기도 하고, 기업들이 현지화를 많이 이룬 데다 환 위험 회피를 위해 사용 통화를 다양화한 영향도 있다.
A전자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에 의해 실적에 영향을 미치거나 하는 건 거의 없다"면서 "결제 통화가 35개가 있는데 모두 오르거나 모두 내리거나 하지 않는 한 변동에 의한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전 세계에 생산기지가 다 있고 외화 포함 자산도 밸런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환율 변동으로 인한 실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B전자 측은 "국내서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에 달러화로 많이 하는데 그런 경우에는 환율이 올라가면 일부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데 전 세계에 생산 기반이 있고 거기서 직접 만들어 팔고 한다. 다양한 통화로 거래하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 어느 한 쪽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매출보다 규모는 훨씬 작긴 하지만 원자재 등의 구입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업계는 매출 대금을 달러로 받는데 원자재나 장비 등도 달러로 산다"며 "물론 원자재 가격보다는 매출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원화 가치 하락이 유리하긴 하지만 그 효과가 그리 크진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달러/원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화폐성 자산 및 부채가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1631억 원이다. 5% 하락 시에는 같은 금액만큼 손실을 본다. 같은 기준 적용 시 LG디스플레이는 1054억 원 이득을 본다.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환율 10% 상승 시를 각각 895억 원, 786억 원 손실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사실 이게 코로나 때문인데 코로나가 가라앉을지 장기화될 건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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