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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자사주 사는 총수·기업...이면에는 착찹함도

기사등록 : 2020-03-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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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가치하락 견뎌보자는 책임경영 의지 표현
생존 위기서 근본 해법 아냐...정부 특단조치 속도전 필요

[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 = 지난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지주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졌다. 여러 악재 속에서 코로나19 여파까지 몰아치자 추락하는 자사의 가치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총수로서의 '책임경영' 표현이다.

최근의 기업가치 하락국면을 지켜보던 여러 기업들도 책임경영의 팔을 걷고 있다. 당장 급락하는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자사주 소각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당국의 자사주 취득 한도 완화조치 탓도 있지만 기업들 스스로 속수무책 추락하는 기업가치 하락의 시기를 어떻게든 견뎌보자는 속내도 담겨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24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경영진은 지난 20일 롯데지주 자사주 매입 소식을 주식시장에 알렸다. 롯데지주 측은 "경영진의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는 설명을 달았다.

신 회장의 이번 롯데지주 자사주 매입에는 지난해 그의 연봉 절반정도인 10억원 가량(4만7400주 취득)이 들어갔다. 많고 적음을 논할 문제는 아니지만 총수라고해도 선뜻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금액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 롯데지주 임원 29명도 급여의 10% 이상씩을 떼어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동참했다.

이에 앞서 대한제강, 금강철강, 동국제강, 대한해운 등 최근 주가급락에 고민하던 여러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한화솔루션도 최근 일련의 경영불안 상황과 맞물려 자사주 매입에 뛰어든 케이스다.

자사주 소각에 나선 곳도 있다. 창사이래 첫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진행하는 현대중공업지주가 대표적이다. 삼성물산도 최근 3000억원 규모의 회사 보유주식 소각을 결정했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 가치를 높여 주주들에겐 그만큼 이득을 줄 수 있는 주가 부양의 특효약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이들 기업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재계 여러 기업들이 이같은 조치에 나서는 것은 자본시장에 '우리 한번 믿어달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분명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 신 회장의 자사주 매입 역시 당장의 코로나 여파에 대한 대응차원이라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경영자적 자신감으로 시장은 받아들일만 하다.

하지만 이런 행보의 이면에는 총수나 기업 모두에게서 착찹함도 읽힌다. 총수와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 주가 부양으로 포장한 자사주 매입 움직임은 결국 벼랑 끝 생사의 기로에서 이것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씁쓸함의 표현이기도 해서다. 자사의 경영과 사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상승의 측면에서 자사주 매입은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게 재계 여러 관계자의 말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경쟁력 복원의 골든타임이 중요하다고 아우성이다. 정부가 기업에 대한 신속하고 과감한 특단대책을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전개해주길 많은 기업이 바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의 기업가치를 높여야할 시기에 극악의 생존 위기에 내몰려있다. 사업체질 자체의 경영력마저 위협받고 있는 지경이다. 경쟁력 복원이나 성장성에 투자되어야 할 자금을 자사주를 사고 소각하는 이벤트에 쓰고 있다는 걱정이 따라붙는 대목. '좋은 시절 다 갔다', '성장기는 끝났다' 등 일각의 우려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식을 사고 소각하는 것이 총수나 기업의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확대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시국에 더이상 쉽지않다는 시그널로 다가오는 자사주 매입과 같은 이벤트보다는 연구개발 등 재투자에 신속히 돈을 쓸 수 있도록 사회나 정부가 도와주는 것이 코로나 이후 고용 등 내수경기 살리기에 더 근본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를 국가적 비상경제 시국. "스피드가 문제다. 파격 조치가 필요하다"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최근 대정부 호소는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영의 격리해체 시기가 더 암담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로도 해석된다.  

 

ikh6658@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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