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미국 간판급 기업의 경영자들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뉴욕증시 폭락에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락장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초기에 보유 주식을 팔아치운 내부자들은 발빠른 대응으로 평가손실을 상당폭 축소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구촌 곳곳으로 퍼진 바이러스의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현금 수요가 경영자들의 '팔자'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월1일부터 3월19일까지 총 4000여건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문건을 조사한 결과 상장 기업 경영자들이 이 기간 92억달러에 달하는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150여명의 기업 수장들이 100만달러 이상의 매물을 쏟아냈다. 이 밖에 수 천명의 이른바 내부자들이 보유 주식을 팔아치웠다.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의 매도 규모가 특히 컸다. 2월 첫 주 그는 아마존 주식을 34억달러 규모로 팔아치웠다.
베조스의 이번 매도 규모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의 약 3%에 이른다. 또 한 주 사이 '팔자'가 1월 기준 12개월 매도 물량과 맞먹었다.
베조스가 아마존 주식을 매도한 2월 초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뉴욕증시의 폭락이 본격화되기 전으로, 주요 지수가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매도 이후 이달 20일까지 아마존의 주가 추이를 감안할 때 베조스는 당시 지분을 크게 낮춘 데 따라 3억1700만달러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모면했다.
이 밖에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14일 2500만달러 규모로 주식을 매도했고, 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의 제임스 모렌 최고경영자가 사퇴를 앞두고 2억2200만달러 규모의 매물을 토해냈다.
베조스를 포함한 경영진들의 주식 매도는 내부적인 경영 정보를 근거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WSJ은 판단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마크 로완 공동 창업자 겸 이사가 2월부터 3월 초 사이 9900만달러의 주식을 매도했고, 마샬 앤드 맥레넌의 다니엘 글레이저 최고경영자가 2억6500만달러 규모의 지분을 처분했다.
통상 연초 세금 납부를 포함한 현금 수요가 늘어나게 마련이고, 경영자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일정 부분 지분을 매각한다.
특히 2월 중순까지 나온 매물은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운 데 따른 수익률 확정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2월부터 3월19일까지 경영자들의 주식 매도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났고, 2월 중순 주가 폭락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이후 매물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비관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을 중심으로 주요 지역이 바이러스 확산을 진화하기 위해 고강도 이동 제한과 봉쇄에 나서면서 외식업과 소매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마비됐고, 경기 침체 경고가 쏟아지는 가운데 3만 선을 향해 달리던 다우존스 지수가 2만선 아래로 내리 꽂혔다.
주가가 자유낙하를 연출하는 과정에 기업 경영진들의 매도는 증시 충격을 더욱 부추겼다는 비판에 힘이 실린다.
기업 지배구조 자문사인 애덤 엡스타인은 WSJ과 인터뷰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악재"라며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 현금 확보를 위한 주식 매도는 지양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