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에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전쟁이 맞물리면서 이른바 '신용 쇼크'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이미 최근 한 주 사이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 강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시장 전문가들은 BBB 등급 회사채 물량의 대규모 정크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
금융시장 패닉에 망연자실한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채를 포함해 채권시장 전반에 유동성 마비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월가는 신용시장의 패닉을 경고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는 석유 업계부터 항공사, 레저, 숙박, 외식업까지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 신용등급 강등에 팔을 걷었다.
특히 투자등급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BBB 등급 회사채가 줄줄이 '정크'로 후퇴, 우려했던 회사채 시장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무디스는 루프트한자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으로 하향 조정했고, 옥시덴탈 정유 역시 Baa3에서 Ba1으로 낮춰 잡았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는 23일 오피스 공유 업체 위워크를 투기등급으로 강등시킨 한편 제트블루와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등 100여개 항공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정크 회사채의 수익률 스프레드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등급인 BBB 대비 투기등급 BB 회사채의 수익률 프리미엄이 연초 38bp(1bp=0.01%포인트)에서 최근 345bp까지 치솟았다.
프리미엄이 불과 3개월 사이 10배 가까이 뛰면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낸 셈이다.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BBB 등급 회사채 가운데 2150억달러에 달하는 물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 2005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 1000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물량이 정크로 밀릴 것이라는 얘기다.
BBB 등급 회사채는 손실 위험이 정크에 비해 낮으면서 고수익률을 제공, 장기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해당 채권이 투기등급으로 밀리는 한편 수익률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신용시장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등급 강등이 보험사를 포함한 장기 기관 투자자와 채권 지수상품펀드(ETF)의 '팔자'를 부추겨 가격 하락과 스프레드 급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S&P는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가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며 "주요 산업과 지역 전반에 걸쳐 신용시장의 대규모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동 제한과 봉쇄 등 비즈니스를 마비시킨 코로나19 진화 방안이 언제 해소될 것인지 불투명한 데다 석유전쟁 및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국제 유가 급락이 이어지고 있어 회사채 시장의 한파가 당분간 악화될 전망이다.
금융시장 전반의 유동성 마비와 변동성 확대 역시 회사채 시장의 리스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표적인 안전자산 미 장기물 국채조차 거래 체결이 막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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