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앞서 국민연금, 일부 해외 연기금들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근거로 손 회장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표대결이 예상됐지만, 예금보험공사 등 탄탄한 우호지분을 바탕으로 연임안이 무리없이 통과됐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오전 10시 기준 의결권 있는 주식 참석률이 83.7%에 달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로 연장됐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0.03.20 alwaysame@newspim.com |
그 동안 손 회장의 연임 여부는 금융권 내 관심사였다. 그가 DLF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체계 관리 부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문책경고가 확정된 금융회사 경영진은 잔여 임기를 채울 수 있지만,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을 맡을 수 없다.
제재를 받은 후 손 회장은 연임에 도전하기 위해 서울행정법원에 금감원 문책경고 조치 취소 청구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법원에서 주총을 5일 앞두고 손 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연임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고객사에 손 회장 연임안 반대를 권고했다. 여기에다 우리금융 지분을 8.8% 보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반대표 행사를 결정하면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사유는 모두 DLF 제재에 대한 책임이다.
시민단체들도 손 회장 연임안 '반대'를 권고했다. 민주노총·참여연대 등은 주총이 열린 이날 오전에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30분여간 기자회견을 열고 손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DLF 사태로 우리금융에 50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힌 사람이 어떻게 연임을 할 수 있느냐"며 "예보는 국민 예금으로 형성된 자금을 우리금융에 투입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신의성실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DLF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경제개혁연대 등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dlsgur9757@newspim.com |
우리금융도 이날 주총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진행했다. 우리금융은 지주 체제로 출범하기 전인 우리은행 시절부터 주총장을 언론에 개방했다. 우리금융에서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들었지만, 다른 금융지주에선 '온라인 중계'라는 대안을 제시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우리금융은 주총 직전 기자들의 본점 출입도 제한했다. 출입구마다 경비직원을 배치해 "기자는 본점 출입이 어렵다"고 막아섰다.
그럼에도 예금보험공사, 과점주주 등 우리금융 우호주주가 손 회장 연임에 찬성하면서 연임안은 이변없이 통과됐다. 우리금융 우호주주는 예금보험공사(지분 17.3%), 우리사주(6%),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동양생명·키움증권 등 과점주주(30%)가 꼽힌다. 이들의 지분만 총 53.3%에 달한다.
2기 체제의 닻을 올린 손 회장은 비은행 부문 강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월 지주회사 체제 출범 후 손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취약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M&A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겠다"며 "향후 2~3년 내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자산운용사인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부동산신탁사인 국제자산신탁을 잇따라 인수했다. 손자회사인 우리카드는 자회사로 편입했다.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IMM PE에 인수금융을 제공하면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다만 당분간 금융감독원과의 갈등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오는 26일 혹은 늦어도 27일까지 '손 회장이 받은 처분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라'는 법원 결정에 항고하기로 했다. 본안소송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이에 손 회장과 금감원 간 법정 공방은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날 우리금융 주총에서는 손 회장 연임과 함께 이원덕 우리금융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 첨문악 사외이사 선임, 김홍태 비상임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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