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군은 확진자 수가 주춤하며 안정세에 접어든 모양새다. 이에 "군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25일 기준으로 군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39명(육군 21명, 해군 1명, 공군 14명, 해병대 2명, 국방부 직할부대 1명)이다. 지난 23일 확진자가 1명 추가된 것을 제외하고는 13일째 추가 확진자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완치자 수(25명)를 고려하면 현재 군내 코로나19로 치료 중인 인원은 14명에 불과하다. 이 인원들도 현재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에 설치된 TV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 국군 장병이 그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0.01.29 pangbin@newspim.com |
◆ 코로나19 상황 초기부터 24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및 방역대책본부 구성해 총력 대응
대구‧경북 입영자들은 2주 격리 후 자대 배치…민간인 접촉 감염 막기 위해 행사도 취소
군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에 대해서는 군이 코로나19 상황 초기부터 강력한 대응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군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던 지난 1월 23일 발빠르게 전군에 '군 발열환자 관리지침'을 하달하는 한편 질병관리본부의 '설 연휴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를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코로나19가 군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종합상황센터와 연계한 국방부(국군의무사령부) 방역대책반 운영, 질병관리본부-중앙방역대책본부 핫라인 구축 등 위기관리를 위한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군 병원 응급실 감시체계를 활용한 24시간 감염병 모니터링 체제도 가동했다.
뿐만 아니라 최초 국내 확진환자 확인일자(1월 19일)를 기준으로 잠복기간(최대 14일) 내에 중국을 방문한 모든 장병들을 대상으로 증상의 유무를 확인하는 조치를 실시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구시청과 영상으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0.03.05 alwaysame@newspim.com |
이어 1월 28일에는 국방부 방역대책본부를 구성, 매일 상황 점검을 통해 군 내 감염병 유입차단 대책 마련 등에 총력 대응 중이다. 당초 본부장은 박재민 차관이었지만 이후 정경두 장관으로 본부장 급을 격상했다.
1월 30일에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지역에 한해 외출‧외박‧휴가 등 병사들의 출타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외부에서 부대로 복귀하는 인원들에 대해서는 체온 등 건강 상태를 철저히 점검했다.
동시에 중국 방문 장병(장교, 병사 등) 중 일부 인원을 자택 또는 부대에 격리했다. 이들은 당시 증상이 없어 보건당국 기준 격리 대상이 아니었지만, 군이 잠복기 감염 등 가능성에 대비해 예방적 차원에서 격리한 것이었다.
이날 전 장병을 대상으로 중국 여행 및 공무출장 금지 조치도 시행했다. 또 신병교육 입소 장정 중 14일 이내 중국(전 지역)을 방문한 경우 증상 유무와 무관하게 입영 연기를 권고하고, 확진‧의사환자 및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직권 입영 연기 등의 조치를 취해 혹시 모를 확진자의 입영도 차단했다.
일시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신규 입영을 제한하기도 했다. 지난 9일 기준으로 이 지역의 입영을 재개했으나, 2주 간 임시훈련소에서 격리시킨 뒤 증상이 없는 인원에 한해 자대배치를 하고 있다. 덕분에 25일 현재까지 신규 입영 장병으로 인한 군내 코로나19 확산은 없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육·해·공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군 당국이 비상에 걸린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에서 한 육군 장병이 체온측정을 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전날(20일) 확대 방역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지난달 22일부터 전 장병의 휴가, 외출, 외박, 면회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2020.02.21 dlsgur9757@newspim.com |
지난달 초부터는 민간인에 의한 코로나19 군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이뤄졌다. 먼저 대규모‧장거리 행군은 가급적 자제하고 각 군 사관학교의 입학식 및 졸업‧임관식도 대부분 가족 등의 외부 참석을 제한한 채 내부 행사로 치렀다. 이 외의 필수훈련을 제외한 야외 훈련을 중지하고, 상당수 행사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지난 2월 22일 군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에는 기존에 확진자 발생 지역 부대에만 시행했던 출타 제한 조치를 전 장병으로 확대,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또 기존에 예방적 격리 기준을 중국 등을 방문한 인원에서 확진자 발생국과 대구‧경북 등을 방문한 인원으로 강화했다.
격리 장병 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 확진자와 접촉한 장병들은 1인 격리를 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격리 중인 다수의 장병들은 1인 격리를 원칙으로 하되 시설이 제한되는 경우에는 코호트 격리 개념을 적용해 상호 접촉되지 않도록 통제했다. 코호트 격리란 감염원 노출기간이 비슷한 사람들을 같은 공간에서 1m 이상 떨어져 생활하도록 격리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근에 입소한 장병들도 예방 차원에서 격리했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noh@newspim.com |
2월 25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국방부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폐쇄하기도 했다. 출입 촬영기자 중 한 명이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인 데 따른 조치였다. 결국 이 기자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국방부는 이틀 간 국방부 기자실 및 브리핑룸을 폐쇄하고 방역 조치를 실시했다.
2월 27일에는 대구 지역 부대에 한해 사실상의 부대 봉쇄 조치를 실시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국방부가 대구지역 부대를 한시적 비상근무체제로 전환하고, 지휘관 등 필수인력만 영내대기 근무토록 하고 기타 인원은 자택 근무 등 예방적 격리 상태로 근무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24일부터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4월 5일까지 전군을 대상으로 출장, 회식 등 군내‧외 대면 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영내‧외 종교행사가 중지됐으며 회의는 화상 회의로 진행, 대면보고는 자제하기로 했다.
지난 9일 오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합동참모의장, 각 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연합사 부사령관, 병무청장, 방위사업청장 등 주요 지휘관과 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코로나19 대응 긴급 주요지휘관회의를 개최했다. [사진=국방부] |
◆ 장병 마스크 보급은 미흡…국방부 "마스크 수급 상황 탓, 원활한 보급 위해 최대한 노력"
다만 군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아쉬운 부분도 일부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스크 수급 미흡이 있다.
국방부는 앞서 지난 6일 "병사들에게 보건용 마스크(KF94) 8개와 면 마스크 12개를 포함해 월 20매의 마스크를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스핌이 취재한 바에 의하면 일부 장병들이 국방부가 발표한 수량만큼의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하고 면 마스크를 여러 번 빨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각 군에서 집행을 하는데, 코로나19 사태 전인 지난 1월 초에 3~4월 미세먼지 상황을 대비해 마스크 수급을 위한 계약을 부대 별로 대부분 완료했다"며 "부대 별로 마스크가 납품되고 있지만, 전체 마스크의 80%를 공적 마스크로 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나오면서 납품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생겨 일부 부대에서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방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마스크 보급이 100% 원활히 이뤄지게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마스크 수급 상황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일부 장병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장병들에게 마스크를 원활히 보급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