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3개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을 획득했다는 외교부의 발표가 업계를 혼란에 빠트렸다. 이미 미국에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는 업체들은 사전승인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외교부는 토요일이었던 지난 28일 오후 5시 30분경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 국산 진단키트 3개 제품의 FDA 사전 승인이 이례적으로 이른 시일 내에 이뤄졌다"며 "해당 국산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인 ㈜씨젠을 방문해 연구원들의 시험 수행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청와대 ] 2020.03.25 photo@newspim.com |
하지만 보도자료가 배포되던 시점은 물론 30일 오전 8시 현재까지도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FDA의 긴급사용승인 허가 리스트에는 국내 업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씨젠, 솔젠트, 랩지노믹스, 코젠바이오텍 등은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으나 아직 결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사전승인을 받는 업체 3곳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승인을 받았느냐"는 문의를 주말 내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FDA 승인을 받았으면 굉장한 호재인데, 당연히 먼저 우리가 공식 발표하지 않았겠느냐"며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더욱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특히 업체들은 외교부가 언급한 '사전승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외교부는 사전승인으로 해당 제품의 미국 시장 판매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이미 국산 진단키트 일부 제품은 미국에서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정확히는 FDA가 국산 진단키드 3개에 'pre-EUA' 번호를 부여했다는 것을 사전승인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현재 연구실 등에서 사용하는 것 외에 연방 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현지 실험실 표준인증인 클리아(CLIA) 인증을 받은 연구소 등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FDA 허가 없이 코로나 진단키트를 쓰고 있다. FDA의 공식 승인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국과 유럽 등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은 우리 국산키트가 필요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승인을 언급한 바 있다.
외교부가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려는 마음이 앞서 다소 섣부른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도자료에는 "지난 24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FDA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승인되도록 관심을 갖겠다고 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의 결과로 평가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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