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진에어가 정부의 제재 족쇄에서 풀려났다. 조현민 전 부사장의 물컵 갑질, 등기임원 불법 재직으로 인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지 1년 7개월만이다.
이번 제재 해제로 진에어는 신규노선 허가·신규항공기 등록·부정기편운항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해졌다.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진에어는 이번을 계기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진에어 B777-200ER [사진=진에어] 2020.03.30 iamkym@newspim.com |
◆ 조현민 '물컵'에서 촉발...1년 7개월의 제재 터널
국토부의 진에어 제재는 지난 2018년 8월 시작됐다.
우선 미국 국적인 조 전 부사장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등기임원에 불법 재직(항공법 위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 제재의 이유였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항공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이와 함께 조 전 부사장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가 제재 조치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2018년 4월 대한항공 전무 재직 시절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물컵을 던지는 등 갑질을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국토부는 진에어의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소하는 대신 진에어가 청문과정에서 제출한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자구계획'이 충분히 이행될 때까지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뉴스핌DB] |
◆ 진에어, 제재 해제 안간힘...코로나19 사태도 영향
진에어는 국토부 제재에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홍콩시위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며 경영난에 부딪혔다. 올해도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까지 발생하며 향후 생존을 위해서라도 제재 해제가 절실했다.
제재 해제를 위해 지난해 9월 진에어는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 이행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최종 보고서에는 진에어의 경영문화 개선 이행 방안인 ▲독립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재정립 ▲이사회 역할 강화 ▲사외 이사 자격 검증 절차 강화 ▲준법지원조직 신설 등 총 17개 항목을 담았다.
하지만 국토부 면허자문회의가 지난해 12월 "경영문화 개선에 일부 진전은 있으나 사외이사 확대 등 이사회의 객관적‧독립적 운영 등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서 제재가 길어졌다.
하지만 진에어가 사외이사 비율 확대, 거버넌스 위원회 설치 등 최종 개선 방안을 지난 25일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하면서 국토부도 진에어에 채웠던 족쇄를 풀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최근 코로나19 확대에 따른 항공업계의 위기도 이번 제재 해제 조치 결정에 반영됐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진에어는 항공업계 전반의 어려움에 더해서 제재를 당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그런 부분을 감안했다"며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진에어의 자구계획 충족 여부가 해제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진에어 최근 3년간 실적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2020.03.31 iamkym@newspim.com |
◆ 자유 얻은 진에어, 코로나19 위기 돌파구 마련 총력
국토부 제재에서 벗어난 진에어는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위기 대비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항공업계 전체가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한 만큼 피해 회복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는 현재 국내선 4개, 국제선 3개 등 총 7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특히 국제선은 전체 운항 노선 32개 중 29개 노선의 운항을 멈춘 상태다.
이에 따라 진에어는 자구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대표이사 50%, 전무급 40%, 상무급 30%의 임원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유급 순환 휴직과 희망 휴직도 진행 중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보유한 중대형 B777-200ER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 수익 창출에도 나서고 있다.
당장 이번 제재 해제로 부정기편 운항이 가능해진 것이 진에어로서는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이 정기노선 운항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부정기편 운항을 통한 활로 모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교민, 기업인들을 수송하기 위한 전세기 수요가 많은 가운데 진에어도 이를 운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항공사들은 전세기 운항을 '틈새시장'으로 보고 수요 확보에 나선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다음 달 7일에는 LCC 중 최초로 에어서울이 교민 수송을 위해 베트남 다낭에 전세 항공편을 띄울 예정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제재 해제 조치가 이뤄져 다행"이라며 "이번 제재 해제를 계기로 추후 여러 가지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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