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임성봉 김경민 이정화 이학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정부가 초·중·고등학교 온라인 개학을 전격 결정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컴퓨터(PC) 등 스마트 기기 보급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의 부담,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 등 각종 우려가 제기되면서 학부모들의 근심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31일 교육계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으로 ▲스마트 기기 보유 유무에 따른 교육 격차 심화 ▲온라인 수업을 지도하기 어려운 맞벌이 가구 및 발달장애 학생을 둔 가구의 부담 증가 ▲보편적 공교육의 질 저하 등이 꼽힌다. 정부가 대비책을 촘촘히 마련하지 않으면 온라인 개학으로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취약계층·다자녀 가구 스마트 기기 지급 서둘러야
학부모 등은 정부가 취약계층과 다자녀 가구에 PC 등 스마트 기기를 서둘러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기기 보유 유무에 따라 온라인 수업 접근성에 차이가 나고 결국은 교육 격차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대전원앙초등학교 학생들이 스마트패드를 활용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2019.12.02 rai@newspim.com |
현재 취약계층의 PC 보유율은 전국 평균치를 크게 밑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국민의 PC 보유율은 80.3%인 반면 취약계층은 59.1%에 그친다. PC 1대를 여러 형제·자매와 공유해서 사용하는 다자녀 가구도 사각지대다.
참교육을위한 전국 학부모회 관계자는 "집에 스마트 기기가 다 있는지 점검이 된 상황에서 온라인 개학을 해야 맞다"며 "아이가 4명인 가정은 스마트 기기가 4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5학년 올라가는 딸을 둔 최모(42)씨는 "정부가 스마트 기기를 대여해준다고 하지만 와이파이나 네트워크(인터넷) 이용료도 부담인 된다"며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 중위소득 50% 아래인 교육급여 수급권자 대상으로 스마트기 기기와 인터넷 지원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농촌과 어촌 등의 학생은 학교 PC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 맞벌이 가구·발달장애 학생 둔 가구 사각지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나 발달장애 학생을 둔 가구의 부담도 정부가 덜어줘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나 발달장애 학생은 자발적으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원활한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면 보호자가 이들 옆에서 항시 지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맞벌이 가구 등에 부담이 되는 상황인 것.
박은경 평등교육실현 전국학부모회 상임대표는 "초등학교 1~4학년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에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며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들을 지도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얼마나 집중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 건강이나 인지발달에도 상당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맡긴다고 해서 아이들이 학습만 하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접근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제대로 챙겨줄 수 있는 가구도 있지만 맞벌이 가구나 제대로 챙겨주기 어려운 집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 교실에서 중국어 선생님이 네이버 밴드 플랫폼을 이용해 실시간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종암중학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개학연기로 면대면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규 수업에 준하는 원격교육으로 전 교사가 참여하는 시범 수업을 30일부터 4월3일까지 5일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2020.03.30 alwaysame@newspim.com |
◆ 교육 질 저하 우려…공교육 취지 훼손할라
학부모들은 온라인 개학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걱정했다. 정부가 교육 콘텐츠 준비없이 덜컥 온라인 개학부터 발표했기 때문이다.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하는데 짧은 시간 내 준비가 될 것인지 걱정이 된다"며 "학생들 출석체크나 수업 내용에 대한 염려도 크다"고 했다. 이어 "교사들도 매번 어떻게 될지 모르니 교육계획안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미 교사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토로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최모(32) 씨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 본 적이 없다 보니 준비가 무척 더디다"며 "정부가 발표한 날쩨 맞춰서 준비하기에는 솔직히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온라인 개학이 자칫 공교육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 수업으로는 도덕과 인성 등을 배울 수 없어서다.
정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온라인 수업이 주로 국어와 영어, 수학과 사회, 과학 등 주로 주지교과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 수업으로 태도와 가치 등 다른 능력을 배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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