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봉쇄 명령을 어겨 길거리에 나와 난동을 피우는 이들이 있으면 "경찰과 군이 사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2일(현지시간) CBS뉴스에 따르면 코로나19(COVID-19)로 필리핀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5700만명이 살고 있는 루손섬이 2주째 자택격리령이 떨어진 가운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밤 방송 연설에서 "나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경찰과 군, 지방 당국자들에게 명령한다. 우리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폭력을 일으키는 상황 혹은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총으로 쏘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앞서 루손섬 마닐라의 한 슬럼가에서 시민들이 시위에 나서자 나왔다. 이들은 정부가 약속한 식료품 지원이나 개인보호장비를 받지 못했다면서 경찰과 충돌했고, 20명이 체포됐다.
CBS뉴스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평소 마약 범죄 용의자를 발견하면 현장에서 사살해도 좋다고 경찰에 공권력을 부여했을 만큼 법적 절차 없이 사람을 죽이는 지도자로 악명이 높지만 이번 발언은 전 세계의 코로나19 싸움이 꽤 고조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들이 자택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일종의 '겁주기'이지, 실제로 사살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경찰은 해명했다. 아치 감보아 필리핀 경찰청장은 "대통령은 이 시국에 법을 잘 이행하기 위해 다소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라며 경찰관들은 시민들을 정말 사살하란 명령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공학센터(CSSE)의 코로나19 상황판에 따르면 한국시간 3일 오전 6시 11분 기준 필리핀 내 누적 확진은 2633명, 사망은 107명이며 51명이 격리해제됐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