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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대 매점,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바뀐다...생협 외주화 '솔솔'

기사등록 : 2020-04-0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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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논의·토론 없어...학내 갈등으로 번지나
편의점 사업, 생협 전면 외주화 시발점?
외주화 실현되면...대학 생협 운동 '전멸'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운영 중인 서울대 내 매점 6곳이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바뀐다. 사전 논의 과정 없이 서면으로 진행된 대의원 총회에서 승인된 것으로 일부 학내 구성원들 반발이 거세다.

특히 서울대 내부에서 생협이 운영 중인 식당·매점·카페 등을 전면 외주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이번 편의점 사업이 '생협 외주화'의 첫걸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대학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대 생협이 외주화의 길을 걷게 될 경우 대학 생협 운동은 사실상 전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식대인상 잡음 나오자 편의점 사업 꺼내든 서울대

6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생협은 서면 대의원 총회를 열고 서울대 매점 6곳을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바꾸는 '2020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지난달 30일 원안 승인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으로 바뀌는 매점은 ▲학생회관 매점 ▲3식당 매점 ▲220동 매점 ▲동원관 매점 ▲500동 매점 등이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서울대 생협은 이곳 편의점 가맹점주가 된다. 물품 유통은 편의점 업체가, 진열·판매는 서울대 생협 근로자가 맡는다. 입점 업체 및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당초 서울대 생협은 재정적자를 이유로 지난달 5일 이사회에 학생식당 식대 인상안을 상정하려 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들이 법원에 이사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반발이 나오자 지난달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새롭게 편의점 사업을 발표했다. 사전 통보나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생협 학생이사 4명은 항의 차원에서 이사회 불참을 선언했지만 나머지 이사 8명이 해당 안건을 대의원 총회에 상정해 최종 결정됐다.

일부 학내 구성원들은 편의점 사업에 반발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공론화 및 논의 과정이 없었고,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이윤 창출을 이유로 물품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일부분 잃을 수밖에 없어 학생들 요구사항도 묵살될 가능성이 있다.

◆ 편의점이 첫걸음?...서울대 생협 '전면 외주화' 주장 나와

서울대 내부에서 생협을 전면 외주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이번 편의점 사업이 생협 외주화의 첫걸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 생협에 대한 경영진단을 수행한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편의점 사업이 발표되기 3주 전 중간 발표회를 열어 수익성이 없는 생협 일부 매장은 폐점하고 근로자 숫자가 줄어드는 매장부터 순차적으로 외주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경영진단은 생협 이사장인 홍기현 서울대 교육부총장이 지시한 것으로 발표회에는 홍 부총장을 비롯해 생협 부이사장인 정효지 서울대 학생처장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 발표 자료에는 "(직매 매장의 편의점을) 모두 프랜차이즈로 전환할 경우 연간 영업이익 2억3600만원 개선 추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울대 내 전통 찻집인 '다향만당'에 대해서는 "폐점하고 해당 공간을 구성원 복지 향상을 위해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직원 감소에 맞춰 직영 단체급식 식당들을 순차적으로 외주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고려해볼만 하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에 대한 경영진단을 진행, 중간 발표회에서 생협 외주화를 주장했다. 2020.04.06 hakjun@newspim.com [사진=독자제공]

서울대 식대인상 저지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간사인 이동현(26) 씨는 "생협에 새로 들어오는 근로자는 없고, 퇴직은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줄어드는 것을 기회 삼아 외주화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생협 전면 외주화 수순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대학 최대 규모 서울대 생협 무너지면..."

국내 대학 생협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대 생협이 외주화의 길을 걷게 되면 전국 대학 생협 역시 서울대를 따라 외주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미노 현상처럼 외주화 바람이 불면 1980년대 시작된 대학 생협 운동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34개 대학 생협 등으로 구성된 한국대학생협연합회는 서울대 생협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씨는 "서울대 생협이 가장 규모가 크고 상징성이 있어 대학 생협의 스탠다드가 된다"며 "이런 방식으로 외주화가 진행되면 결국 대학 생활협동조합 운동은 해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내 생협 운동은 1989년 시작됐다. 열악한 학생 복지 문제를 학내 구성원이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대학 내 자치조직 등 비영리 단체를 세운 게 시발점이 됐다. 1999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법률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2000년 설립된 서울대 생협은 현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을 비롯해 식당·카페·문구점·서점·매점·기타 편의시설 등 50여곳을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 운영하고 있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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