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4·15 총선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소외당하고 있다. 각 정당이 발송한 공보물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전환코드가 없는 것이다. 장애인단체는 시각장애인들의 투표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7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포함해 4·15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유권자에게 발송한 책자형 선거공보물을 분석한 결과 음성전환코드를 넣은 곳은 정의당이 유일했다.
음성전환코드는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각각 2㎝가 채 안 되는 일종의 바코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성전환코드를 찍으면 바코드에 담긴 정보가 음성으로 제공된다. 음성전환코드는 노안이 있는 노인이나 시각장애인에게 유용한 코드다.
현행법상 선거 공보물에 음성전환코드 제공은 필수 사항이 아니다. 공직선거법 65조 4항을 보면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온 후보자는 점자형 선거공보를 작성하고 제출하되, 책자형 선거공보에는 음성전환코드를 표시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점자형 공보물을 만들었다면 책자형 공보물에는 음성전환코드를 삽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0년 4월15일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유권자에게 책자형 공보물을 발송했다. 한 정당이 보낸 책자형 공보물에 음성전환코드(보이스아이코드)가 삽입된 모습. 2020.04.07 ace@newspim.com |
문제는 이 같은 법 적용이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에게만 적용되고 정당 투표로 불리는 비례대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낸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등(기호순)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전환코드를 공보물에 넣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이 정당들은 책자형 공보물에 음성전환코드를 담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관계자는 "음성전환코드 넣는 것은 후보자가 결정할 일"이라며 "비례정당인 경우에도 (음성전환코드를 추가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닌 각 당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형 공보물이 따로 발송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장애인단체는 시각장애인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서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선관위에 "시각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선관위 홈페이지와 정책·알리미에 있는 공직선거 후보자 등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 어디서든 사전투표소에서 관외사전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점자투표 보조용구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면 정책이나 후보자 면면을 보지 못하고 결국 찍기 투표가 될 수밖에 없다"며 "경증이나 중증 시각장애인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관위와 정당, 후보자들이 시각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과 선관위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유권자는 약 25만명으로 추산된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