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여당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놨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만 가구'라는 목표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나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은 빠져 '공(空)약'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이해찬 중앙당 상임선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4.08 kh10890@newspim.com |
◆ "시장 안정 효과·구체성 부족"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3기 신도시 내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조성(5만 가구) ▲지역거점도시 구도심 택지개발(4만 가구) ▲서울 용산 코레일 부지 활용(1만 가구) 등으로 공공주택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청년·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돕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공약이지만, 목표 공급 가구 수를 10만으로 정한 이유나 정책 효과, 비용 등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청년들의 주택 마련을 위해서는 우선 주택시장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목표로 정한 10만 가구는 주택시장에 영향을 주기 어렵고, 선전 효과에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년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운영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며 "공급을 하더라도 소요되는 유지관리비용이 커지면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주거복지로드맵'과 내용이 겹치면서 특정 세대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선심성 공약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까지 청년주택 35만 가구, 신혼희망타운 15만 가구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선거 참여율이 높은 젊은 층을 겨냥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주거 정책과 재원 조달 계획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서울의 한 임대주택단지 전경. 2020.03.02 syu@newspim.com |
◆ 주택도시기금·LH 부채 부담 '우려'
민주당은 주택도시기금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체 지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 추진에만 119조원 넘는 비용이 투입된다.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매년 증가했지만, 여유자금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지난 2017년 66조5294억원에서 지난해 말 74조5935억원으로 8조641억원 늘었다. 그러나 여유자금은 ▲2017년 41조3480억원 ▲2018년 37조8019억원 ▲2019년 36조8299억원으로 줄고 있다. 반면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 2.0에 따라 주택 공급물량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 데다, 이번 공약까지 겹치면서 기금 부담은 오히려 더 커졌다.
LH 부채 증가도 불가피하다. LH가 관리하는 공공임대주택은 지난해 기준 총 120만3000가구에 달한다. 그러나 임대 수익에 비해 비용이 더 많이 드는 탓에 공급할수록 손실도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 2018년 공공임대주택 관리손익 집계를 보면 마이너스(-) 1조3462억원을 기록했다. LH는 지난해 작성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부채가 올해 134조5000억원에서 2023년 169조9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이번 공약에 따른 부담은 빠져 있다.
전문가는 선거를 위한 단발성 공약은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순히 10만 가구를 새로 짓겠다는 것보다는 정부의 주거정책과 연동해 체계를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며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제시해 일관성과 실천 가능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