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글로벌

[코로나19] 아베·고이케, '휴업요청' 두고 신경전…'긴급사태선언' 무색

기사등록 : 2020-04-09 16:15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휴업대상 업종 범위 두고 정부vs도쿄도 대립
재정능력없는 다른 지자체도 상업시설 제한에 부정적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계속해서 혼선이 빚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휴업을 요청할 상업시설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도쿄도 측은 광범위한 업종에 사용제한을 걸어 코로나19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경제 타격을 우려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총리 관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4.07 goldendog@newspim.com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제한이 가해질 때라고 해도 그 제한은 대책을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에 대해 "도쿄도를 견제하려는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도쿄도 측은 상업시설 휴업요청과 관련해 "밀폐·밀집·밀접의 3밀(密)이 발생할 리스크를 철저하게 없앤다"는 관점에서 폭넓은 대상을 상정하고 있다. 때문에 도쿄도 측은 최종적인 방안을 긴급사태선언과 같은 날인 7일에 공표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조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쿄도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도쿄도가 상정한 휴업 대상에서 이·미용업과 백화점, 야외 운동시설 등에 대해서 재검토를 요구했다. 코로나19 대책을 담당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상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도 물밑 협의를 계속했지만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도쿄도의 상정안이 "기계적"이라며 "백화점은 속옷을 사러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평상시 소독에 신경쓰는 이발소에서는 감염이 발생한 사례도 없고, 배팅센터는 야외인데다 타석도 넓다"며 휴업요청을 재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입장차에 휴업요청 대상 범위 발표는 예상보다 늦은 10일로 미뤄지게 됐다. 선언은 이미 발령됐지만 구체적인 휴업대상 범위를 알지 못하는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도쿄도의 상정안에 신중한 건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밤 회견에서 "긴급사태 조치를 강구하는 이상 경제활동에 큰 영향은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도쿄도의 상정안처럼) 상업시설을 넓게 제한해 버리면 경제가 죽는다"라며 고이케 도지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별조치법 자체의 문제도 있다. 해당 법에서는 상업시설에 휴업을 요청·지시하는 건 각 지자체 지사의 권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감염확대 대책은 일본 정부가 정한 기본적 대처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처 방침엔 상업시설 사용제한을 요청·지시할 땐 '국가와 협의'를 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신문은 "결국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2020.03.26 goldendog@newspim.com

◆ 타 지자체도 휴업에 부정적…"재정 여력 없다"

도쿄도와 이견을 보이는 건 일본 정부 뿐만이 아니다. 다른 긴급사태선언 대상지역인 6곳의 지자체와도 휴업요청을 두고 입장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고이케 도지사는 전날 전국 지사회 긴급 화상회의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지역 상황에 맞춰 진행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도쿄 내 확산 속도가 그만큼 다른 지자체에 비해 가파르기 때문이다. 

도쿄에선 전날 기준 133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오사카(大阪)부의 경우 누적 확진자가 500명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때문에 고이케 도지사는 '외출 자제'와 '상업시설 사용제한'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대상지역 지자체들은 사용제한에 신중한 입장이다. 전날 7개 대상 지자체와 니시무라 경제재생상 간의 회의에서 구로이와 유지(黒岩祐治) 가나가와(神奈川)현 지사는 휴업보상이 없는 시설 사용제한에 반대했다. 다른 지사들도 "외출 자제의 효과를 살펴본 뒤에 사용제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지자체가 상업시설 사용제한에 부정적인 배경엔 재정 문제가 있다. 시설 제한과 보상은 함께 진행돼야 하지만, 도쿄도와 달리 다른 6개 지자체는 재정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밝혔던 오락시설 등의 사용제한 방침을 보류한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도 이날 "재정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지사회에서는 사업자에 대한 보상을 국가에게 요구하기로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신문은 "감염확산이 멈추지 않아 상업시설 사용제한이 필요하게 됐을 경우를 대비하는 형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 도쿄도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발걸음을 통일해야할 이유가 뭐냐"며 "감염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도쿄도와 다른 지자체의 대응이 다른 건 당연하다"고 반발했다. 

kebjun@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