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옷차림새로 포사격 훈련을 지도한 것을 두고 각종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구분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훈련이 실시된 날짜는 명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일정을 하루 늦게 보도해왔다는 점에 비춰 훈련은 지난 9일 열렸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왼쪽부터) 김일성 주석, 김정은 국무위원장.[사진=북한 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영도의 나날에',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2020.04.10 noh@newspim.com |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에 나선 것은 약 3주만이다. 지난달 21일 그는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인 전술지대지미사일 시험사격을 지도한 바 있다. 아울러 이번 공개활동은 올해 들어 14번째이며, 군사분야로는 7번째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포사격 훈련 현장에서 '대만족'을 표했다. 그는 "마치 포탄에 눈이 달린 것만 같이 목표를 명중하는데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헌팅캡을 쓰고 훈련 현장을 시찰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함과 동시에 '김일성 코스프레'로 내부 결속 및 체제 정통성을 강조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이전부터 해왔던 김일성 따라하기의 일환"이라며 "또한 군인들을 계속 동원해서 훈련시키는 것은 불순한 생각을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청사 내부 [사진=뉴스핌 DB] |
일단 통일부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북한 매체에서 모습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밝히고 있지 않다"며 "가정을 전제로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포사격 훈련 참관 사실을 보도한 날은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가 열린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013년 당시 최고인민회의 개최 전날, 전략로케트 군 작전회의에 참가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제14기 선거 때부터 대의원을 맡지 않고 있고, 포사격 훈련에도 참관한 만큼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국면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깜짝 등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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