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양승태 사법부' 당시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내면서 법원행정처와 중재 역할을 했던 이규진(58·사법연수원 19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가 행정처의 법관 소모임 와해 논의에 대해 "당시 상상도 못했고 간부들과 존폐 얘기를 나눈 적도 없다"고 법정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2·2기)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3·12기)·고영한(65·11기) 전 대법관들에 대한 61차 공판을 열고 지난 기일에 이어 이 전 부장판사를 증인신문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통진당 소송 개입' 의혹을 받는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해 7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7.23 pangbin@newspim.com |
이날 이 전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2년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던 저에게 법원행정처 사이 중재적 역할을 잘 하라고 해서 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모임(인사모)' 관련 업무를 맡게 됐다"며 "2016년 2월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부임한 고 전 대법관에게는 게시판에 올라온 소모임 내용을 간단하게 구두보고 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각종 인사모 대응방안 문건 등을 보고받거나 논의한 적이 있냐'는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 질문에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심의관에게 지시해 작성된 이 문건들을 보고난 뒤 행정처에서 인사모 문제를 저에게 일임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대부분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이어 "임 전 차장은 투트랙으로 일을 진행하는 스타일이었다"며 "제가 모르는 방향에서 검토한 뒤 차장 주재 실장회의에서 언급한 내용을 제가 업무일지에 기재한 것일 뿐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장판사는 특히 연구회 중복가입자를 정리하는 내용의 '전문분야연구회 구조개편방안 로드맵 검토' 문건에 대해 '사법농단' 사건 발생 이후인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조사 때 제대로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6년 4월부터 인사모 대표를 맡았던 이동연 부장판사와 긴밀히 연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즈음 행정처에서 인사모 활동을 위축하려는 로드맵 마련 사실을 알았다면 인사모 측에 알려줬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날 변호인은 이 전 부장판사의 이런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그가 작성해 윗선에 보고한 인사모 논의 문건을 제시했다. 문건에는 2016년 4월 이 전 부장판사가 인사모 대표와 만나 '소모임에 불이익 줄 생각 없으니 잘 운영해달라'고 대화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전 부장판사는 "(당시 그런 보고를 했기 때문에) 2016년 3월에서 5월 사이 행정처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 위축을 위해 대응방안 문건을 작성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며 "행정처에서 이런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제가 알려주지 않고 조력했다는 오해를 (인사모 측에서)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은 양승태 사법부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진보 성향 법관들의 모임을 와해시키기 위해 중복가입 해소조치 방안을 시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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