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육군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4000여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야외훈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중단해 달라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육군은 "방역대책을 강구한 상황에서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로나19 국가 재난사태 속 군대의 KCTC 훈련 강행을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이날 오전 기준 630여명이 동의한 이 청원은 스스로를 '군인 가족'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이 작성했다.
청원인은 "외부와 차단하고 방역에 힘을 쓰고 있는 군대에서 휴가 및 외출 제한 등 강도높은 대처와 모순되는 훈련을 강행하고 있다"며 "한 연대에서 진행 예정인 KCTC 훈련이 바로 그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KCTC훈련은 이달 20일부터 강원도 인제 과학화훈련장(KCTC)에서 2주가량 진행되는 훈련으로, 3사단 병력 2500여명과 대항군 2000여명 등 4500여명이 넘는 병력이 집결해 2주간 숙식과 함께 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3사단 병력 2500여명은 버스를 타고 훈련장으로 이동해 훈련장에서 텐트를 치고 숙영하거나 훈련장 숙소에서 취식할 예정인데, 이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지지 않는 시점에 훈련 강행이 적절하지 않다'는 민원이 속출했다.
이에 육군은 지난 9일 "방역 대책을 완벽히 강구한 가운데 훈련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육군 관계자는 9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장병들의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확고한 대배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야외훈련을 시행하고 있다"며 "KCTC 훈련장은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지역으로 훈련 간 외부감염 위험성이 낮다. 그리고 훈련 전 2주 내 출타한 장병은 훈련에서 제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이 지난 2월 2020년 첫 과학화전투훈련을 개시했다. [사진=육군] |
육군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훈련 진행을 막아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육군의 공식입장 발표 하루 뒤에 게시됐다.
청원인은 "정부 차원에서 훈련 강행을 막고, 강행하는 상관들을 조사해야 한다"며 "KCTC 훈련을 위해서는 많은 훈련 인원이 함께 장거리 이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휴게소도 들리게 되는데, 이는 현 정부의 코로나19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본 훈련이 강행되는 이유와 배경이 궁금하다"며 "많은 인원들이 질병에 노출될 수도 있고,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본 훈련에 참여하는 것을 막아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육군은 청원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강행할 뜻을 거듭 밝혔다.
육군 관계자는 13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민원도) 고려하겠다"면서도 "훈련 전에 사전에 필요한 예방대책들을 잘 강구할 것이며, 그런 상태에서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