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북한이 김일성 생일인 15일 이후 중국과의 무역을 공식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중국의 반대로 5월 중순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북한에서 역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1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평안북도의 한 무역관련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로 전면 중단됐던 조중 국경무역을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이후 공식 재개할 것을 우리가 중국 측에 제의했지만 중국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를 잇는 '조중친선다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소식통은 "중국 우한시를 비롯한 전역에서의 이동통제 조치가 지난 8일 해제되면서 (북한) 당국은 중국과의 무역을 재개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이라며 "거꾸로 중국은 코로나가 역유입될 수 있다고 우려해 조중 무역 재개를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금까지 자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사회 대다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이를 그대로 믿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염병에 대처할 방역시설과 의약품이 부족한 북한의 실정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다만 "조중 무역이 공식 재개되지 않았어도 중국 세관당국은 북한이 시급하게 요구하는 긴급물자는 중국에서 들여올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며 "지금도 신의주세관에는 당국이 지정한 긴급물자를 실은 중국 무역트럭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양강도 해산시의 또 다른 무역관련 소식통은 "태양절 이후 무역화물에 한해 전면 재개하기로 했던 혜산세관 업무는 5월 중순 이후로 연기됐다"며 "다만 이미 수입 계약을 마친 비료를 비롯한 영농물자 등은 태양절 이후 긴급물자로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이 조선으로부터 전염병이 역유입될 것을 우려해서인지 우리의 공식재개 제안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며 "이에 양강도 인근 국경지역에서는 국가무역기관 주도로 강무역(밀수)이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북한 주민들은 "전염병을 막는다는 핑계로 중국인과 접촉한 보따리 상인들을 무차별 폭행하던 당국이 이제는 중국과의 밀무역에 나서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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