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석유 부국의 이민자 차별 행태가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더욱 심각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NYT는 이른바 중동의 석유 부국으로 불리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 있는 이민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비좁고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갇혀 지내고 있다며, 이들은 아예 수입을 박탈당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콰디시야 노동자 캠프의 숙소 앞에 앉아 있는 아시아 노동자. 2016.08.17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신문은 또 자국의 여행제한 조치로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식량과 돈이 바닥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민자들은 자신을 소모품 하층민처럼 취급하는 이런 곳에서는 의지할 곳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걸프만의 석유 부국들은 자국의 경제활동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의존한다. 이들이 이렇게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걸프국들은 이주 노동자를 형편없이 대우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사우디 인구 3400만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외국인이다. 바레인과 오만의 경우 약 50%가 해외 국적자다. 쿠웨이트는 외국인 비중이 2대 1 이상으로 많다. 카타르와 UAE에서의 그 비중은 9대 1에 육박한다.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필리핀 등에서 온 수백만명의 이주 노동자가 걸프국들의 ▲건설 ▲위생 ▲교통 ▲호텔 등 접대 ▲의료 부문 일자리를 큰 비중으로 차지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의 비판에도 걸프국들의 차별 행태는 여전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차별 대우는 더욱 심화된 양상이다.
예로 카타르 정부는 이주 노동자 수만명을 유동 인구가 많은 공업 지대에 가둬 놓았다. 이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자 정부가 아예 봉쇄를 해버린 것이다. 이같은 조처로 이들이 모여있는 곳이 카타르 내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쿠웨이트의 한 여배우는 TV에 출연해 이주 노동자들을 '사막'으로 내던져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우디의 기업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자택 대기 명령을 내리면서 임금을 체납하고 있다.
사우디 제다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이집트 출신인 모하메드 알 사이이드 씨는 제다의 원룸 아파트에서 친구 7명과 함께 지내고 있다고 밝히고, "아무도 우리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 나는 코로나가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운 것은 우리가 굶어 죽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중동의 석유 부국들은 봉쇄령 등 제한 조치를 강화했다. NYT는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상당 부분이 (이주)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고 폭로했다. 이들 중 일부는 매달 200달러도 벌지 못하고,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채용자와 중간 간부들로부터 상당한 빚을 진다는 것.
앞서 UAE는 직원에게 유·무급 휴가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기업에 부여하는 새 규정을 통과시켰다. 이 규정에 따라 기업들은 UAE 시민이 아닌 직원들의 임금을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삭감할 수 있다.
신문은 이런 변화는 근로자와 고용주 간 상호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하지만, 이주 노동자 측에서는 자신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실질적으로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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