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이 올해 들어 5번째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14일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단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하고, 원산 일대에서는 전투기를 통한 공대지 미사일을 투하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북한은 오늘 아침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고도, 사거리 등 세부 제원은 한·미 군 당국이 공조해 정밀 분석 중이다. 다만 군 관계자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언급한 내용에 따르면 군은 북한 순항 미사일의 표적지역까지의 거리가 150km 이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비행거리는 최소 150km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3월 22일 "우리 당과 국가·무력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가 김정은 동지께서 21일 전술 유도무기 시범사격을 보셨다. 시범사격에서 서로 다르게 설정된 비행궤도의 특성과 낙각 특성, 유도탄의 명중성과 탄두 위력이 뚜렷이 과시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 北, 내륙서 동해상으로 지대함 순항미사일 발사한 듯
軍 "2017년 6월 발사 지대함 순항미사일과 유사"·전문가 "北, 미사일 발사 플랫폼 다변화 추구"
순항 미사일은 탄도 미사일과 함께 미사일의 한 종류로, 비행 내내 뒤에 로켓이 붙어 있으면서 화염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추진력을 얻는다는 점에서 탄도 미사일과 다르다. 탄도 미사일은 일정 거리까지만 로켓이 붙어 있다가 일정 거리 이후에는 떨어지기 때문에 일정 거리 이후엔 화염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비행 구간의 거의 전 구간을 일정한 속도로 비행한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최근 북한의 개발 동향을 고려할 때 비행 종말 단계에서 풀업 기동(하강 단계에서 상승)을 한다.
우리 군은 북한 발사체의 비행 특성을 고려해 순항 미사일로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내륙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대함 순항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
군 당국도 지대함 순항미사일일 가능성을 놓고 분석 중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 2017년 4월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앞두고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신형 단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공개한 뒤 같은 해 6월 여러 발 시험발사한 적이 있는데, 이번 발사에 2017년 6월 당시 발사된 것과 유사한 것이 있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군 관계자는 "그렇게 평가하고 있지만 정확한 제원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지대함 순항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2015년 2월8일 동해상 함정에서 발사한 함대함 순항미사일 발사 사례, 2017년 6월8일 함대지 순항미사일 발사 사례를 고려할 때, 이번엔 지대함 순항미사일 발사를 통해 플랫폼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3월 22일 "우리 당과 국가·무력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가 김정은 동지께서 21일 전술 유도무기 시범사격을 보셨다. 시범사격에서 서로 다르게 설정된 비행궤도의 특성과 낙각 특성, 유도탄의 명중성과 탄두 위력이 뚜렷이 과시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 北, 원산서 수호이전투기 공대지 미사일도 발사... 원산서 미그 계열 전투기 비행도 포착
군은 아울러 이날 북한이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함께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수호이 전투기를 통한 공대지 미사일 발사도 했다고 밝혔다. 또 원산에서는 미그 계열 전투기의 비행 활동도 있었다고 전했다. 수호이와 미그는 구소련 당시 러시아에서 처음 개발된 전투기로, 1980년대부터 북한에 도입됐다.
군 관계자는 "최근 서해 북·중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 공군의 영공 방어를 위한 비행활동이 활발히 이뤄진 동향이 있었고,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 중 공군 관련 활동도 있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군이 예의주시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북한의 도발이 북한군 동계훈련의 연장선상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평가는 어렵지만 최근 증가한 공군 활동이 포착된 것이 코로나19로 부족한 훈련 보강 차원에서 이뤄지는지 등은 분석 중"이라고 부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2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0.04.12 |
◆ 北, 총선 노렸나…軍 "김일성 생일(태양절) 시점 맞춘 군사활동으로 평가"
특히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이자 김일성 생일(태양절)인 4월 15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여러 의미를 갖는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거에도 4월 15일은 그날(태양절)을 전후해서 유사한 활동(무력 도발이나 대규모 열병식)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총선과 관련한 의도에 대해서는 "태양절에 맞춰 그동안 일반적이고 통상적으로 군사활동이 이뤄져 왔다는 것을 참고해 달라"고만 하면서 말을 아꼈다.
군은 아울러 4월 15일 태양절 열병식 개최 가능성, 추가 도발 가능성 등을 놓고 동향을 예의주시 중이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북한의 도발은 지난 3월 29일 이후 16일만 재도발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2일과 9일, 21일, 29일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와 초대형 방사포,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로 불리는 신형 지대지전술미사일 등을 시험발사한 바 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