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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강 몸통시신' 장대호 2심도 사형 면해…"참회하며 살도록 해야"

기사등록 : 2020-04-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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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변경 등으로 1심 파기…결국 '무기징역' 선고
"생명 박탈할 정도의 정당성 객관적으로 인정 안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모텔 투숙객을 잔인하게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대호(39) 씨가 2심에서도 사형을 면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는 16일 오전 11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씨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고양=뉴스핌] 윤창빈 기자 = 여러 차례에 걸쳐 훼손한 시신을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가 지난해 8월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에서 보강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08.21 pangbin@newspim.com

재판부는 "사형은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것으로 문명국가의 사법제도에서 내려지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다"며 "범행에서의 책임 정도와 형벌의 목적 등에 비춰 (사형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누구에게라도 인정할 만큼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우리 사회법이 수호해야 할 최고 법익이자 존엄한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침해한 용인될 수 없는 범죄에 해당한다"며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등 사전 계획에 의해 살인을 저질렀고, 범행에 이른 동기나 과정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심에 이르기까지도 자신의 범행에 대해 죄책감이나 후회를 느끼기보다 정당한 보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동일한 상황이 되면 같은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고 하는 등 피해자의 생명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피고인은 사회적 유대관계 없이 고립된 생활을 지속해 온 환경적 요인이나 자기중심적 사고에 의해 자신의 판단을 과잉 확신하고 심리적 괴롭힘으로 나타나는 강한 분노를 제어하지 못한 성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사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비록 충분하진 않지만 유족들에게 잘못했다며 사죄를 표시하고 있고 동종범죄에 대한 전과가 없는 점 등 다소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형 선고를 위한 요건과 다른 중대 범죄에서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엄중한 형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지만 다른 측면에서 생명 자체를 박탈함이 정당화될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며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하며 살도록 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범행 일시와 방법 등 공소장 변경으로 항소심 심판 대상이 바뀌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지만 결국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밝히며 사형을 구형했다.

장 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원래 슬픈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세월호 사건 때도 슬프지 않았다"며 "이런 제가 비정상인지 눈물을 강요하는 사회가 비정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는 지난해 8월 8일 서울 구로구 자신이 일하던 모텔에서 투숙객 A(32) 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흉기로 시신을 훼손, 사체를 비닐봉지에 나눠 담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한강 마곡철교 인근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남성의 몸통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피해자 신원이 확인되자 장 씨는 같은 달 17일 새벽 경찰에 자수했다.

장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반말하며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며 "(자신의) 배를 때린 뒤 숙박비를 내지 않으려고 해 홧김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1심은 "가석방 없이 철저하게 형이 집행되는 것만이 죄 없이 앗아간 생명의 가치와 그 무게만큼의 죗값을 뉘우치게 하는 것"이라며 "비참한 죽음을 맞은 피해자의 원혼을 조금이나마 달래는 길"이라고 장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kintakunte8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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