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현기자= 중국 경기 흐름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굴삭기 판매가 되살아 나고 있다.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대대적인 부양책에 건설 현장에 활기가 감돌면서 당국의 경기 활성화 방안이 효력을 발휘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공정기계공업협회(中國工程機械工業協會)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굴삭기 판매량은 동기 대비 11.6% 늘어난 4만 9408개로 집계됐다. 전달(2월·4만 6610개) 대비해서도 11.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굴삭기 지수'(挖掘機指數)는 리커창 총리의 지난 2018년 중장비 업체 싼이그룹(三一集團) 시찰 시 고안된 지표이다. 당시 리 총리는 싼이 그룹이 집계한 굴삭기 판매 증감폭을 반영한 굴삭기 지수가 거시 경제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 지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진=셔터스톡] |
양대 중장비 업체인 싼이그룹(三一集團)과 쉬공그룹(徐工集團)은 급증하는 수요에 지난 11일 굴삭기 가격을 5%~10%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 밖에 산둥린궁(山東臨工),류궁기계(柳工機械) 등 다른 업체들도 굴삭기 가격 인상 움직임에 동참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구축, 완화적 통화 정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골자로 하는 경기 부양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시에도 인프라 건설을 핵심으로 하는 경기 활성화 방안의 영향으로 굴삭기 수요가 급증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인궈지(中銀國際)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장비 업체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4월 굴삭기 판매량이 최소 60% 늘어날 것'이라며 '당국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역주기 조절 조치'(逆周期因子·counter-cyclical factor)도입으로 중장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팬데믹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재정 적자율 확대를 용인하고, 특별 국채를 발행하는 등 경기 하강 방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다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도 예정돼 있다. 경제기획 부서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發改委·발개위)는 최근 교통운수부(交通運輸部)가 내놓은 3500억 위안(약 60조원) 규모의 33개 인프라 구축사업을 승인한 바 있다.
다만 막대한 재정 적자에 기반한 인프라 건설 위주의 경기 활성화 방안을 두고 저명 전문가의 반론도 나오고 있다. 류스진(劉世錦) 중국발전연구기금회(中國發展研究基金會) 부 이사장이자 인민은행 고문은 "인프라 구축은 소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동력을 지닌 경기 활성화 대책이고, 인프라 사업 만으로 전체 경기 흐름을 되살릴 수 없다'며 '소비 활성화가 경기 하강 방어를 위한 급선무 조치이다'고 당국 정책 방향에 이견을 보였다.
류 고문은 그러면서 '올해 GDP 성장률 6% 달성은 사실상 힘든 상황이고,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3%대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어 풀이
역주기 조절 조치 : 감세와 소비 촉진 등 정책 수단을 통해 거시 경제 주기상의 급격한 변동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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