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COVID-19)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았던 싱가포르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6588명으로 인도네시아 등 이웃 국가를 앞질러 동남아시아 최다 감염국이 됐다.
19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약 한 달 전 방역 모범국으로 칭찬받던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에서 2차 감염 파동이 발생했다"며, 싱가포르는 다른 국가와 달리 엄격한 봉쇄 조처를 취하지 않고도 코로나19를 진압한 사례로 평가됐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머라이언 공원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01.28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이날 정오 기준 싱가포르 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596명으로 발표됐다. 하루 전날 신규 확진자는 942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누적 감염자 수가 6588명으로 이웃 인도네시아(6575명), 필리핀(6259명)을 앞질러 동남아에서 가장 감염자 수가 많은 나라가 됐다. 다만 사망자는 11명으로 인도네시아 582명에 비해 적은 편이다.
싱가포르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시점은 4월부터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신규 확진자는 100명대에 그쳤다가, 이달 초 200명대로 뛰어올랐다. 인근 필리핀과의 주요 육상 경계가 한 곳에 그치는 등 외국과의 물리적 연결 경로가 많지 않아 역외 유입 우려가 덜했던 싱가포르에서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 신규 확진자 90%는 '이주노동자'...비좁은 기숙사 '진앙'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늘게 된 것은 보건당국이 인도와 방글라데시, 중국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의 전파 가능성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날 신규 감염자 596명 가운데 내국인 또는 영주권자는 25명에 그친다. 주말 사이 발생한 신규 확진자 가운데 90% 이상이 이주노동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들은 누적 확진자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보건당국이 지난 2월 초 외국인 근로자 소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엄격한 방역 조치를 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은 비좁은 기숙사에서 거주한다. 근로자 약 30만명이 2층짜리 침대가 있는 기숙사 한 방에서 최대 20명씩 산다.
이와 관련,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레이첼 츠호아 호워드 싱가포르 부문 연구원은 FT에 이주노동자 기숙사가 인원이 초만원인 상태로 일반 가정보다 훨씬 코로나19에 취약하다며, 이런 위험이 당국자들 사이에서 일찍이 고려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주 간 킴 용 싱가포르 보건장관은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전선'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싱가포르 당국은 이달부터 기숙사 16곳을 격리하고 전담팀을 꾸려 대형 기숙사를 우선으로 식료품 및 의료 물자 지원을 시작했다. 소형 기숙사에 대한 지원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싱가포르 신규 확진자 수 그래프 [자료= 월드오미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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