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 # A상조회사 대표이사는 총 4개 상조회사를 합병한 후 일부 소비자의 신청서류를 조작해 약 4억원의 예치금을 무단으로 인출했다. 이후 매각된 A상조회사는 폐업하게 됐고 3000명의 소비자는 납입한 금액의 절반밖에 보상받지 못했다. 특히 예치금을 무단 인출한 300명의 소비자는 납입금액을 한 푼도 보상받지 못했다.
# 사모펀드 투자를 받은 B상조회사는 C상조회사 지분을 전액 인수한 후 C상조회사가 보유한 선수금 200억원을 D회사에 무상으로 대여해줬다. 재정건전성이 양호했던 C상조회사는 유동이 악화돼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정당국이 최근 인수·합병을 진행했거나 예정한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상조회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상조회사에 예치·보전된 거액의 선수금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무단 사용될 위험성이 높아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판단에서 내린 선제적 조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상조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일부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현장조사를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 DB] 2020.1.14 onjunge02@newspim.com |
상조회사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비자에게 받은 선수금의 절반을 은행 또는 공제조합에 보전해야 한다. 국내 상조업계 선수금은 지난 2019년 9월말 기준 5조5849억원에 달한다.
상조회사는 선수금의 50%를 보전하기 위해 ▲은행에 선수금 50%를 전부 예치하거나 ▲공제조합에 선수금의 약 16~35%를 담보로 제공하고 매달 공제료를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상조회사가 은행에서 공제조합으로 보전기관을 변경하면 예치금에서 담보금을 공제한 차액을 돌려받는다.
공정위는 최근 상조업계가 재편되면서 인수·합병을 통해 선수금을 영업 외 용도로 유용하려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예치금과 공제조합 담보금의 차액을 노리거나 선수금 중 보전 의무가 없는 절반의 금액은 운용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다.
특히 최근 펀드환매 중단사태로 논란이 된 '라임자산운용' 또한 재향군인회상조회 선수금을 노린 정황이 확인됐다.
라임 사태 핵심인물인 김 모 회장의 컨소시엄은 지난해 1월 320억원에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후 두 달만에 60억원을 얹어 보람상조에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과정에서 상조회 내부 자금 290억원을 김 회장 관련 업체로 빼돌린 정황도 드러난 상태다.
공정위는 최근 인수·합병을 진행했거나 앞두고 있는 상조회사를 상대로 선수금 보전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선수금 무단 인출 사례를 발견할 경우 엄중 제재할 방침이다.
또한 공정위는 예치금과 담보금의 차액을 인출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보전기관을 변경할 경우 소비자에게 통지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입한 상조회사가 인수·합병된 경우 선수금이 누락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납입한 선수금이 보전돼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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