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위반 업체의 자금세탁을 막지 못한 혐의를 받아온 IBK기업은행이 1000억원대 벌금 납부와 60일 내 기업지배구조 강화를 골자로 한 후속조치에 나서라는 요구를 함께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국책은행의 지배구조를 미국 금융당국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에서 퇴출을 피하기 위해 기업은행은 벌금 및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21일 뉴스핌이 입수한 뉴욕 금융감독청 동의 명령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벌금 납부 외에도 미국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에 대한 후속조치와 이를 이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60일 내 제출해야 한다. 앞서 기업은행은 뉴욕지점의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 미비 등을 이유로 미국 검찰, 뉴욕 금융청과 벌금 총 8600만달러(약 1050억원) 납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
뉴욕 금융감독청이 기업은행에 요구한 후속조치 보고서의 골자는 '기업 지배구조 및 관리 감독 강화'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에 은행보안규정(BSA) 및 자금세탁방지(AML) 요구사항 준수 여부를 본점 및 뉴욕지점 고위 경영진에 보고하는 시스템 개선 방안과 해당 문제가 고위 경영진에 의해 검토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각각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또 기업은행 본점 및 뉴욕지점 BSA/AML 책임자가 적절한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업무를 적극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며, 뉴욕지점의 BSA/AML 담당자가 해당 정보를 이사회나 위원회에 적시에 보고할 수 있는 보고 체계를 갖추기 위한 방안도 보고서에 적시하도록 제시했다. 뉴욕지점이 BSA/AML 준수를 위해 충분한 자원을 갖출 것도 요구했다.
이 외에도 뉴욕 금융감독청은 기업은행에 BSA/AML 요건 및 뉴욕주 법과 규정을 준수할 수 있게 합리적으로 설계된 내부 통제시스템과 의심스러운 활동을 적시에 탐지하고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각각 갖추고, 고객 확인의무를 다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 보고서에 명시하라고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은행 측은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 관련 법령 준수는 물론 국내외 관계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자금세탁방지 등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검찰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국내 무역업체 A사의 대이란 허위 거래와 관련해 기업은행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왔다. A사는 이란과 제3 국간 중계무역을 하면서 위장거래를 통해 2011년 2월부터 7월까지 기업은행 원화 결제계좌를 이용, 수출대금을 수령한 후 해외로 미 달러화 등을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A사의 위장거래를 적시에 파악하지 못해 송금 중개 과정에서 미국의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거래 당사자는 케네스 종(Kenneth Zong)이라는 무역업자다. 이번에 벌금 합의를 함으로써 미 검찰은 자금 중개를 했던 기업은행 뉴욕지점에 대한 기소를 2년 유예했다. 기업은행은 벌금을 적립된 충당금에서 납부할 예정이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