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고액연봉과 안정성을 두루 갖춰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은행권 상반기 채용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아직 활발한 가운데 필기시험과 신입연수 등 채용 필수과정이 자칫 '집단감염'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되는 탓이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상반기 공채 규모는 지난해 1010명 규모에서 올해 280명으로 약 72% 급감했다.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은행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통상 세 곳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하반기에만 채용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우리은행은 상반기 공채를 하반기로 연기했고, 신한은행의 경우 아직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농협은행만이 지난해 12월 공고를 내고 280명 채용을 진행 중이지만 이마저도 면접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은행들의 상반기 공채 규모가 이처럼 급감한 원인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있다. 채용비리 사태로 '홍역'을 앓았던 은행의 채용에서 '필기시험'이 첫 번째 필수사항으로 꼽히는데 코로나19 전염 확산 우려로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 2018년 은행연합회 주도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해당 규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서류전형은 물론 필기, 면접 전형 중 한 가지 이상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통상 은행들이 채용인원의 50배 정도에 필기시험 기회를 부여하는 점을 감안하면 300명을 뽑을 경우 1만5000명을 한날한시에 수용할 수 있는 시험장을 섭외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채용비리 사태 이후 필기시험은 채용 절차에 있어 가장 기본요소"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최대한 많은 고사장을 확보해 수험자 간 거리를 넓게 한다고 해도 집단감염의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라 진행하기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신입 행원을 대상으로 한 합숙연수 과정도 집단감염 우려가 커 상반기 채용을 막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주요 시중은행은 모두 신입 행원에 대해 대략 5주~6주간 합숙연수를 진행한다. 은행의 역사와 전략을 공유하는 합숙연수는 은행장들이 직접 찾아 강연할 정도로 채용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지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리가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채용절차에서 시행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상반기 공채를 하반기로 미뤄 시행하는 대신 수시 채용에 대해선 예정대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시 채용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필기시험 대신 '온라인 면접' 등 비대면 전형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과 정보기술(IT), 투자은행(IB), 자금 등 4개 부문에서 수시 채용을 진행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기업금융 분야에서 수시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며 공채 시기와 규모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상반기 공채가 사실상 없어진 만큼 하반기 공채에서 더 많은 인력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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