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아내와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이른바 '관악구 모자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도예가 조모(42)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아내와 아들을 살해할 이유가 없고 제3자가 침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조 씨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조 씨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가 증명됐다고 판단했다.
먼저 범행 동기에 대해 "피고인은 공방을 운영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다른 사람과 불륜 관계를 지속해오다 이혼 위기에 이르자 강한 분노의 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이 없어지면 경제적 이익이 돌아오고 자유로운 활동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범행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피해 제3자가 침입했을 가능성은 당시 현장 상황과 증거 등에 비추어 추상적 가능성에 그친다"며 "범행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현관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들어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피해자들의 위장에 남아있던 음식물을 통한 사망 추척 시각에 대해서도 "법의학자들의 법정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들은 피고인과 함께 있을 때 살해당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내와 아들을 무참히 살해했고 결과는 끔찍하다"며 "피고인은 오랫동안 불륜관계를 가져오면서 아내와 아들을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선고 직후 피해자 유족들은 "판사님이 우리 진실을 다 들어주셨다"며 오열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 씨에게 사형을 구형하면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아내와 아들의 생명을 잔혹한 수법으로 앗아가는 무자비함을 보였다"며 "범행 후에는 흔적을 철저히 지우는 치밀함을 보이고 재판 과정에서도 반성이나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구형이유를 밝혔다.
반면 조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하는 범행 동기는 피고인 범행을 입증하기에 부족하고 범행 도구 등 직접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조 씨도 최후진술에서 "아내와 아들을 잃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는데 수사기관의 자백 압박이 갈수록 심해졌다"며 "(저는) 범인이 아니다. 너무 억울하다"고 울먹였다.
조 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한 다세대 주택에서 아내 A(41)씨와 아들 B(6)군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발생 후 A씨 부친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집을 방문했다가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범행 도구나 폐쇄회로(CC)TV 등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감식자료 등을 통해 조 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검찰은 A씨와 B군이 사건 당일 오후 8시 이전에 저녁 식사를 마친 점과 조 씨가 오후 9시께 집에 들어가 다음날 새벽 1시 30분께 나온 점,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조 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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