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충격에 미국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를 맞은 가운데 파산 전문 로펌과 투자은행(IB) 업계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뉴욕증시의 장기 강세장과 풍부한 유동성, 탄탄한 경제 성장에 수 년간 일거리를 찾기 힘들었던 관련 업계가 때아닌 성수기를 맞은 것.
발 묶인 항공업계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이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섰지만 2차 팬데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유가 폭락에 따른 후폭풍이 장기화될 수 있어 기업 파산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각)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따르면 선택적 디폴트 영역으로 강등된 미국 회사채 물량이 지난 17일 기준 1년 사이 641억달러에 달했다.
선택적 디폴트는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한 건 이상의 회사채 원리금을 제 때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의미다.
지난 주말 휴스턴에 소재한 석유업체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이 파산 절차에 돌입했고, 유통업체인 JC페니와 니만 마커스도 조만간 파산보호 신청을 낼 전망이다.
이어 자동차와 여행, 레저 등 코로나19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은 업계로 기업 파산 사태가 광범위하게 번질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월가는 선택적 디폴트 물량이 앞으로 불과 몇 개워 사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3400억달러까지 급증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다 하더라도 부실채권이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기업들이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는 가운데 로펌과 IB 업계는 쏠쏠한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파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법률 및 금융 자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데다 파산을 모면하려는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 및 사업 부문 매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전문 금융회사 훌리안 로키의 윌리엄 하디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기업 디폴트와 구조조정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개별 기업부터 특정 자산까지 매물이 쏟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진화하기 위한 경제 셧다운과 수요 쇼크에 된서리를 맞은 기업들은 대규모 감원을 포함한 비용 감축과 신용라인 확보 및 신주 혹은 채권 발행까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3월 초부터 이달 9일까지 미국 기업들이 동원한 신용라인은 2300억달러에 달했다.
업종별로 자동차 업계가 17%의 비중을 차지했고, 유통업계와 여행 및 레저 업계의 비중이 각각 15%와 10%로 파악됐다.
이를 통해 급한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매출 붕괴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경영난을 극복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경기 침체 후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디폴트 리스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꼬리를 무는 시장 구루들의 비관론은 기업 줄도산 우려를 부추기는 대목이다.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4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최고경영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뉴욕증시가 3월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여지가 높다"며 "투자자들은 2600만명에 달하는 실직 사태의 후폭풍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