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권고한 대국민 사과 기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관련 사안으로 재판 중임은 물론 그 재판이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답변 기한도 한 차례 연기한 터라 이 부회장의 부담이 더욱 커진 형국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1일까지로 정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재계는 물론 국가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심의 핵심은 이 부회장이 과연 사과를 할 것인지 여부와 사과를 한다면 어느 수준의 답변을 내놓을지다.
이 부회장은 현재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그런 가운데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11일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그간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정일구 사진기자] |
준법감시위는 그간 삼성그룹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과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던 점에 대해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는 물론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에 있어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들에게 공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권고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지만, 어찌됐든 삼성 측의 고민은 커졌다. 준법경영 의지를 다지는 의미로 출범시킨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삼성 스스로가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인데다 그렇다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사과를 한다면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답변에 대한 어떤 트랙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가정적인 것에 대해 미리 답을 설정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이 부회장의 답변을 듣고 그 내용을 갖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민이 깊어진 때문인지 삼성은 준법감시위의 사과 권고 기한을 한 차례 미뤘다. 당초 준법감시위가 30일 내 회신할 것을 요청했으나 삼성이 이를 다시 한 달 더 연기했다.
삼성 측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비상경영체제로 대응하는 상황이라 권고안 논의 과정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고심 끝에 내놓을 삼성의 선택은 무엇일까. 일단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정도의 무난한 답변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혹시 모를 파격을 선보일 가능성은 없을지 궁금증이 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준법감시위가 그렇게 나오는 게 이 부회장 측으로선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는데 결국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정도의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한 시사평론가는 "앞으로 잘 하겠다 정도까지는 얘기할 수 있지 않겠나"며 "어떤 식으로든 본인이 준법감시위를 만들고 독립성 보장해준다 그랬으니 그걸 무시하긴 어려울 거 같고 지금 재판 과정에 있기도 하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 주의할 건 주의하겠다식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삼성 관계자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준비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 2월 5차 공판을 앞두고 특검과 이 부회장 측에 삼성의 준법감시제도 운영의 양형 반영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청하며 공판을 연기했다. 이후 특검이 재판의 편파 진행을 문제삼아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자 법원은 지난달 17일 이를 기각했고, 특검은 같은 달 23일 재판부 기피신청 기각 결정에 대해 재항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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