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일본 내 기업에 취업한 지 2년째를 맞은 김동민(26·가명)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본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일감이 사라졌고, 기본급의 60%만 받으며 기약 없는 '자택대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씨는 지난해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본 도쿄 소재 IT 기업에 취업했다. 도쿄 본사에 출근했던 김씨는 기본급 18만엔, 업무금 5만엔 등 총 23만엔(약 263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일본 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시스템 개발 의뢰 건수가 줄었고, 야심차게 추진하던 프로젝트도 취소됐다. 회사는 5월부터 김씨에게 자택대기를 지시하고, 기본급의 60%인 10만8000엔(약 123만원)을 월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김씨는 월세 5만5000엔(약 62만원)을 비롯해 각종 세금 등을 내면 남는 돈은 1만엔(약 11만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했다.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김씨는 "우선 6월까지 버텨보고 상황을 봐야 하는데 장기화 조짐이 보인다면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회사 사정도 어려워 월급을 받으면 회사에 다시 입금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이어 "다들 비슷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일부는 퇴사하는 경우도 봤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에도 여전히 붐비는 도쿄의 지하철 개찰구. 2020.04.08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덩달아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 국민은 김씨 뿐만이 아니다. 자택대기가 아니라 아예 권고사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 취업한 청년들이 다수 활동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코로나 때문에 권고사직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본 기업에 취업한 지 4년째라고 밝힌 A씨는 "팀을 옮겨서 막내가 된 지 얼마 안됐는데 바로 코로나19가 터져서 팀별로 막내들을 전부 잘랐다"며 "실업급여 대기 중이다"고 적었다.
일본 취업길도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지난 2월 지방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는 B씨는 "좋은 곳은 아니지만 일본 취업에 성공했는데 입사 취소를 당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취업을 준비했는데 막상 안 되니 어디서부터 무얼 해야 하는지 마음이 착잡하고 초조하다"며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당장 '한국 복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다수 일본 취업 청년들 설명이다. 부동산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등 당장 지불해야 하는 돈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의 업무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만큼 한국으로 돌아오려면 경력과 연봉 모두를 포기해야 한다.
도쿄 내 IT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왕모(29) 씨는 "일본 경력으로 같은 조건의 한국 기업에 가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일본은 실력이 없고 물경력'이라며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에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한국으로 돌아갔던 지인도 결국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며 "한국 조직문화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취업 열풍은 저출산 현상으로 일본 내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지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일본 내 한국인 근로자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1월 발표한 '외국인 고용상황' 자료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인 근로자는 6만9191명으로 지난해 대비 10.7% 늘었다. 2017년에는 16.2%, 2018년에는 11.8% 각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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