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중이던 항공주 지분을 전량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은 주말 온라인 상에서 이뤄진 버크셔의 주주총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에 항공주에 대한 판단이 틀렸다고 털어 놓았다.
이는 850억달러에 달하는 전세계 항공업계 구제금융이 시간 벌기일 뿐이라는 비판과 맞물려 월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발 묶인 유나이티드 항공 [사진=로이터 뉴스핌] |
3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핏은 주주총회에서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델타 에어라인,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 4개 항공주 지분을 4월 전량 매도한 사실을 밝혔다.
항공주 매도 규모는 60억달러를 웃돌았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업계 충격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버핏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항공주에 대한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바이러스 확산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회복되는 데 몇 년이 걸릴 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항공업계의 고객 수는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된 이후 무려 95% 급감했고, 이에 따른 손실액이 수십억 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버핏의 항공섹터 베팅은 또 한 차례 쓴 맛을 본 셈이다. 지난 1990년대 버핏은 항공주 매입에 나섰다가 실패를 경험했다.
2007년 주주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버핏은 "인류 사상 첫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른 이후 항공업계의 자금 수요는 밑 빠진 독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항공산업을 '죽음의 덫'이라고 주장하며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했던) 키티호크에 자본가가 있었다면 그들을 총으로 쏴 후손들이 돈을 낭비하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며 독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버핏은 2016년 말 항공주 투자를 재개해 월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항공업계의 이른바 '빅4'의 지분을 각각 10% 가량씩 매입, 해당 업체의 최대 주주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것.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2017년 가을 버크셔가 보유한 항공주 지분 규모는 90억달러를 넘어섰고, 이듬해 2월 버핏은 항공사를 통째로 보유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전략은 적중한 것처럼 보였다. 4개 항공주는 버핏이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뒤 수 년 사이 일제히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중국을 진원지로 전세계로 확산된 바이러스가 복병으로 작용했다. 주요국의 국경 폐쇄와 이동 제한, 재택 근무 등 대응책이 항공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
매출 절벽에 관련 업체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였고, 유나이티드 에어라인과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주가가 각각 70%와 63% 폭락하는 등 자유낙하를 연출했다.
버크셔가 1분기 500억달러 가까이 손실을 기록한 것도 항공주를 포함한 투자 종목의 대규모 주가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항공업계에 공급한 850억달러의 유동성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 시간끌기일 뿐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이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섰지만 2차 팬데믹에 대한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고, 팬데믹 이전 상황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매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부채 규모가 크고 한계 상황에 이른 업체를 중심으로 항공업계의 파산이 이어질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항공사들은 최소한 6월까지 주요 노선을 80% 축소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수 천명의 감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보잉의 데이브 칼훈 최고경영자는 전세계 여행 수요가 2019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항공업계가 장기 성장 트렌드로 복귀하는 데도 수년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higrace5@newspim.com